분류 전체보기
-
11. 테슬라와 함께 조각 케이크를금요선빵 2022. 5. 17. 09: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조각 케이크와 자그레브 재료: 불명 자그레브는 동상의 도시였다. 도시를 걷다 멈추는 어디든 동상이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높은 기단 위로 위풍당당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정치가가, 시장 입구에는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서있는 아낙네가, 언덕 위 벤치에는 표정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자리를 지켰다. 광장의 동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동상이 큰 위압감 없이 그저 행인 한 사람처럼 무심히 거리에 서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들과 악수를 하거나 어깨동무를 두를 수도 있었다. 소박한 자세로 바닥부터 뿌리를 박고 선 동상이 거리를 오가는 크로아티아 사람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도시의 거리를 헤매는 동양의 이방인에게 무뚝뚝한 얼굴로 선한 친절을 베풀던 큰 키의 크로아티아 사람들을...
-
금요알람 48. 그 소녀의 옆모습금요알람 2022. 5. 13. 09:00
#레이디 버드 #언 애듀케이션 #북스마트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주는 소년의 성장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예고드린 대로 소녀의 성장담을 골라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가 정말 많아서 세 편으로 압축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는 소녀의 옆모습을 봅니다. 그 시선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레이디 버드 (2017) 금요알람 45호 책과 함께에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을 소개드린 적이 있지요. 그때 영화 『레이디 버드』를 슬쩍 언급했습니다. 언제 소개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네요. 두 영화 모두 시얼샤 로넌이 주인공을 연기했습니다. "레이디 버드"는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이 스스로 직접 지은 이름입..
-
10. 긴 칼 손에 들고 호밀빵을 자르면금요선빵 2022. 5. 10. 09: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호밀빵과 그린델발트 재료: 호밀, 호밀스타터, 물, 소금 “빵이 밥이 되나!” 아빠의 밥 먹었냐는 질문에 빵 먹었다고 대답을 하면 백이면 백, 돌아오는 문장이다. 아무리 맛있는 빵을 배 부르도록 먹었더라도 빵은 빵일 뿐, 끼니를 대신할 수 없다는 이론은 단단하기가 설악산 울산 바위 같다. 휴일 점심 한 끼 정도는 프렌치토스트나 샌드위치로 가볍게 때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그렇게 먹은 빵은 애피타이저 내지는 간식일 뿐 식사는 아니다. 어째서 빵은 끼니가 될 수 없는 것 인가! 서양 사람들은 주식이 빵이라며 볼멘소리를 하면 또다시 무적의 논리가 되돌아온다. “우째 빵이 밥이 되노!”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때로는 귀찮아서 종종 빵으로 밥을 대신하곤 했다. 그때..
-
금요알람 47. 그 소년의 뒷모습금요알람 2022. 5. 6. 08:00
#보이후드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머드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어린이날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어쩌면 어제부터 주말까지 연휴를 즐기는 중이실지도 모르겠네요. 햇살도 밝고 날도 좋아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거실 창 밖으로 보며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잔디밭을 뛰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저만치 달려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보이후드 (2014) 제시와 셀린느의 사랑 이야기를 9년 간격으로 세 편의 영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담아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다음으로 선보인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보이후드』였습니다. 영화가 개봉 당시 더욱 화제가 되었던 건 정말로 "소년"의 "성장"을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었어..
-
09. 한량 마냥 느긋이 브뢰첸을 씹던 아침금요선빵 2022. 5. 3. 08:00
: 브뢰첸과 쾰른 재료: 밀가루, 이스트, 물 역을 나오자마자 거대한 성당이 시야를 압도했다. 쾰른 대성당은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뿌리내린 거인처럼 이제 막 도시에 도착한 이방인을 맞았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 유럽에서 성당을 보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육중한 고딕 성당의 규모가 주는 당당함이 대단했다. 쾰른에는 볼만한 것이 쾰른 성당 밖에 없지만 그것만 보더라도 쾰른을 여행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목을 뒤로 젖히고 첨탑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니 일반 모드로는 화각 안에 성당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아서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최대한 뒤로 물러선 후 광각 모드로 두고 찍었다. 본디 밝은 색이었을 성당 외벽은 수 백 년 세월에 그을린 듯 검었다. 특별..
-
금요알람 46. 방준석의 기타부터 첼로까지금요알람 2022. 4. 29. 08:00
#후아유 #라디오 스타 #모가디슈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두 번째 영화 음악 작곡가 특집의 주인공은 방준석 음악 감독입니다. 이승열과 함께 "유앤미블루"라는 록 밴드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영화 음악으로 분야를 옮겨서 정말 많은 작품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록 그는 지금 우리와 다른 곳에 있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영화 속에서 언제나 존재할 것입니다. 구독자 님과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방준석 음악 감독의 흔적이 담긴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후 아 유 (2002) 최근 2년, "메타버스"라는 말이 화제였지요.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떼고 막상 개념을 살펴보면 딱히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데 정말 많은 곳에서 다채롭게 사용되었습니다...
-
08. 중간쉼표금요선빵 2022. 4. 28. 19:32
금요알람 구독하기 📬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금요선빵 쓰는 Q입니다. 금요선빵에서 인사드리는 건 오랜만이네요. 3월 7일에 첫 편지를 보내고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섯 편의 글을 보냈네요. 눈치채셨겠지만 금요알람과 금요선빵은 대학 학기와 스케줄을 같이 합니다. 넉 달을 시즌 하나로 하고 두 달을 쉬지요. 16주의 딱 반이니까 이번 주는 중간고사 시즌 즈음이 되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한 번쯤 쉬어 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꾀를 부려보았습니다. 보내주신 편지는 모두 소중히 읽고 있습니다. 답장을 쓰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매번 그만두고 말았어요. 어쩐지 쑥스럽고 부끄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대신 감사한 마음을 꾹꾹 눌어 담아 금요선빵과 금요알람으로 실어 보내겠습니다. 다음 주에 빵 ..
-
금요알람 45. 책과 함께금요알람 2022. 4. 22. 08:00
#작은 아씨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리스본행 야간열차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내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정확히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인데요, 유네스코에서 1995년 책과 저작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제정했다고 합니다. 책을 사면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축제 날인 성 호르디 축일과 작가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서거일에서 유래했다네요. 책의 날을 기념하며 이번 주 금요알람은 책을 쓰고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은 아씨들 (2019) 그레타 거윅 감독이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의아했습니다. 소설 『작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