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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36. ...에게금요알람 2021. 12. 31. 08:00
#러브레터 #윤희에게 #사마에게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2021년 마지막 날, 상쾌하게 시작하셨는지요? 오늘과 이번 주말은 사실 영화를 보기는 그리 적절한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자극보다는 지난 일 년 동안 겪은 일을 회고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때이니까요. 그러니까 이번에 소개드리는 세 편의 영화는 여유를 두고 천천히 보시길 권합니다. 『금요알람』은 내년 3월에 다시 시작합니다. 본격 시즌 3이 시작하기 전에 1월 중 한번 기습 발행이 있을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러브레터 (1995)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 유명한 영화는 소개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어떤 말을 붙이든 다 사족같이 느껴지거든요.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가 설산을 향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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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17. 함께 다정히 늙어가길금요예찬 2021. 12. 28.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상냥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 마지막 『금요예찬』을 쓰고 있는 큐레이터 Q입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2021년도 벌써 마지막 주입니다. 9월에 시작한 『금요예찬』은 오늘 편지까지 포함하면 모두 열일곱 편이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 매주 『금요알람』 외에 추가로 글을 쓸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는데 휴재나 지각없이 시즌을 마무리해 마음이 놓입니다. 고백하자면 월요일 저녁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한 주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쉬고 나면 영영 쉬고 싶어 질까 두려워 어찌어찌 글 한 편을 썼습니다. 예약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면 무사히 마감을 했다는 안도감과 글이라 부르기 민망한 무언가를 생산했다는 부끄러움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다음번 글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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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35. 크리스마스엔 옛날 로맨틱 코미디금요알람 2021. 12. 24. 08:00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귀여운 여인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독자 님께 편지를 보내려니 마음이 몽실몽실한 게 묘하게 설레네요. 지난 주말에는 눈이 펑펑 내려 온 동네 아이들이 썰매를 끌고 나왔던데 이번 주말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까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이번 주는 로맨틱 코미디 세 편을 골랐습니다. 파자마 차림으로 뒹굴거리며 보기 좋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만들어진 조금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예요. 당신이 잠든 사이에 (1995)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 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어요. 크리스마스트리로 쓰려고 루시(산드라 블록)가 엄청나게 큰 나무를 밧줄로 끌어올리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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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16. 만다라를 그리는 수도승의 마음으로금요예찬 2021. 12. 21.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해마다 11월이 되면 비장한 자세로 캐럴 앨범을 찾아 듣는다. 지금부터 열심히 들어야 겨우 두 달을 들을 수 있다며. 좋은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캐럴을 한여름에 듣는 건 탄산이 다 빠져버린 미지근한 사이다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김 빠지고 미적지근한 일이라 때를 맞추어 열심히 듣는다. 올해는 노라 존스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여러 번 들었다. 재즈 싱어가 캐럴 앨범을 내는 건 으레 한 번은 거치는 관문처럼 보였는데 그녀는 데뷔한 지 20년이 다 되어서야 캐럴 앨범을 선보였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녀의 목소리는 편안하고 아름다웠고 그녀의 노래를 연말에 집중해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캐럴을 듣는 것으로 연말 맞이의 서막을 올리고 나면 트리플 J형인 나는 치밀하게 연말을 준비하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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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34. 팀 버튼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세계금요알람 2021. 12. 17. 08:00
#유령 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위니 토드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금요알람의 두 번째 시즌도 어느 덧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 금요알람에서는 한 달에 한번 꼴로 감독 특집을 발행했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드니 빌뇌브, 웨스 앤더슨에 이어 이번 시즌 마지막 감독 특집으로 금요알람에서 소개할 감독은 바로 팀 버튼입니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캐릭터 디자인과 기괴하고 음산하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이고요. 이번 주 금요알람은 그의 기다란 필모그래피 중에서 뮤지컬적인 특징이 잘 녹아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유령 신부 (2005) 팀 버튼 감독은 원래 애니메이션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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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15.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금요예찬 2021. 12. 14.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내가 무척이나 애용하는 영화 추천 애플리케이션 “왓챠”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저장해 둘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별점을 매기는 부분 아래에 “보고싶어요”라는 버튼이 있는데 그 버튼을 누르면 “보고싶어요”라는 영화보관함에 해당 영화가 저장된다. 최근 본 영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의 지난 출연작을 찾아 “보고싶어요” 버튼을 누른다. 새롭게 알게 된 감독의 대표작을 찾았을 때도 같은 버튼을 누른다. 영화제나 각종 매체에서 화제가 된 영화를 알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의 “보고싶어요” 영화보관함에는 970편의 영화가 저장되어 있다. 970편. 현실감이 없는 숫자라 다시 한번 적어 본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영화를 한 편씩 본다고 해도 3년이 걸릴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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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12. 웨스 앤더슨의 핑크 상자와 멘들스 케이크금요예찬 2021. 12. 14. 00:30
금요알람 구독하기 📬 특정 음식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그중 하나다. 나는 영화 제목을 들을 때마다 멘들스(Mendl’s)라는 가게 이름이 인쇄된 핑크색 상자와 그 속에 포장된 화려한 삼단 케이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멘들스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케이크를 납품하는데 호텔 로비 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 분)가 좋아하는 아가사(시얼샤 로넌 분)가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가사가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혀가며 케이크를 굽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맛보지도 못한 케이크가 더욱 달달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여러 시대와 화면 비를 널뛰며 100분 동안 숨 가쁘게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런 와중에 멘들스 케이크가 등장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물론 케이크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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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33. 욕망하는 여자들금요알람 2021. 12. 10. 08:00
#레이디 맥베스 #매혹당한 사람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베네데타』를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를 야외상영으로 결정하다니, 광기의 부산국제영화제였다."라는 감상평에 "17세기 레즈비언 수녀 스캔들 실화"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까지 보고 나니 감히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저는 좀... 슬펐습니다. 같이 영화를 본 엄마도 그냥 여기 나온 사람이 다 안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욕망과 금기, 억압과 그것을 깨고자 한 광기. 얼마나 많은 여자들의 욕망이 억울하게 바스러져 사라졌을까요?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여기 욕망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영화가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