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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4. 디스토피아에서 희망은금요알람 2021. 10. 8. 08:00
#블레이드 러너 #브라질 #가타카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이번 주는 구독자 리퀘스트 특집입니다. '디스토피아' 영화를 골라 달라고 하셨어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제가 그동안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뭉뚱그려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덕분에 그 둘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으로 극도로 부정적인 세계를 말합니다. 주로 기술은 극도로 발달했지만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형태로 묘사되지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핵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문명사회가 완전히 몰락한 이후를 말합니다. 자원도 사라지고 무정부 상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려요.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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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5. 잃어버린 재미를 찾아서금요예찬 2021. 10. 5. 12: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스포일러 경고: 오징어 게임의 내용과 결말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창문 밖으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린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겨울이 아니면 창문을 늘 열어 두는데 우리 집은 거실 창이 아파트 놀이터 쪽으로 나 있어 언제나 아이 소리가 난다. 목소리가 커지면 자신의 주장도 더욱 커진다고 믿는지 아이들은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그때마다 나는 천적을 만나면 몸을 잔뜩 부풀려 자신을 보호하는 복어나 목도리 도마뱀이 떠올라 몰래 웃는다.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은 조금만 들어도 무척 괴로운 반면 아이들이 노는 소리는 하루 종일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아 신기하다. 즐거움으로 가득한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도 밝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낮 내내, 때로는 해가 진 저녁까지 쉴 새 없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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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3. 오징어 게임 다시보기금요알람 2021. 10. 1. 08:00
#아이즈 와이드 셧 #킬링 디어 #로스트 인 더스트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연일 화제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요즘 오징어 게임 없이는 대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 이런저런 패러디와 복선 찾기, 다음 시즌 예상하기 같은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저는 오징어 게임이 "어디서 한 번은 본 듯 하지만 막상 찾으려면 똑같은 건 없는" 클리셰를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로 느껴졌어요. 이번 금요알람에서는 오징어 게임 없는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배틀로얄'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처럼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회자되는 서바이벌 물을 제외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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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4. 커리 향기금요예찬 2021. 9. 28. 12: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인도 출신 영화감독 리테쉬 바트라의 영화 “런치 박스(2013)”는 아침마다 남편의 도시락을 싸는 일라(님랏 카우르 분)의 분주한 주방을 그린다. 도시락의 주메뉴는 커리로 일라가 요리를 하면 영화 내내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윗집에 사는 것으로 추정만 되는 그의 이모가 음식 냄새만 맡고 부족한 향신료가 무엇인지 척척 알아맞힌다. 이모는 필요한 재료를 바구니에 담아 창밖으로 줄을 내려 일라에게 전달하며 자신의 비법 레시피라면 남편이 타지마할을 지어 줄거라 호언장담하는데 거기에 일라는 타지마할은 무덤이라며 맞받아 친다. 하지만 나는 무덤일지언정 타지마할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커리 레시피와 그 레시피로 만든 커리의 맛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중학생 때 다니던 학원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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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2.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금요알람 2021. 9. 24. 12:00
#바베트의 만찬 #카모메 식당 #런치박스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추석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 많이 드셨나요? 경상도에서는 군소(경상도 사투리로 군수)를 산적으로 만들어서 제사상에 올립니다. 소고기, 어묵, 군수가 산적 삼종 세트를 이루지요. 그중에서도 군수는 쫄깃쫄깃한 식감에 씹을 때마다 간장 양념이 배여 나와 특히 맛있답니다. 인기리에 방영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낚시로 군수를 잡아올리는 걸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생각보다 군수를 아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놀랐어요. 구독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추석 명절 음식은 무엇인가요? 지난 추석을 배부르게 했던 맛난 음식을 떠올리며 이번 주는 함께 밥먹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골랐습니다. 바베트의 만찬 (1987) "외딴 마을에 나이 지긋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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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3. 페드로의 붉은 주방금요예찬 2021. 9. 21. 12: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몇 년 전 이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집수리를 할 때였다. 전 주인은 거의 내 나이와 맞먹는 아파트에 입주 때부터 살았다고 했다. 아파트가 처음 지어질 당시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은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흔치 않았다. 다시 말해 집의 거의 모든 부분을 손보아야 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인테리어에 사치를 부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폴딩 도어와 헤링본 마루는 그 첫 자음을 발화함과 동시에 산화하여 공중으로 사라졌고 편리한 기능과 탄탄한 마감을 자랑으로 하는 실용적인 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저런 타협 끝에 두꺼운 샘플북에서 벽지와 바닥 마감재를 속성으로 고른 후 마지막으로 주방과 현관, 욕실에 사용할 타일을 선택하기 위해 인테리어 사장님의 차를 타고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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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1. 알모도바르의 빨강금요알람 2021. 9. 17. 12:00
#귀향 #브로큰 임브레이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Querido/Querida Reader: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구독자님은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있나요? 저는 종종 그러곤 합니다. 어느 날 인테리어 소품을 골라 잔뜩 담아둔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죄다 빨강이더라고요. 그때서야 "아,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달았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감독도 그랬습니다. 강렬한 붉은색을 곁들여 파격적인 소재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감독의 솜씨에 푹 빠져서 하나, 둘 챙겨보다 보니 어느새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를 보고 말았어요. 구독자님도 추석 연휴 동안 알모도바르의 빨강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귀향 (2006) "하얗게 바랜 시간에 이마는 주름지고 머리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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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2. 달려라, 좀비금요예찬 2021. 9. 14. 12: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달리는 좀비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2002)”가 아닐까 싶다. 강렬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멀리서 보이던 좀비 그림자가 순식간에 달리는 좀비 떼로 변해 주인공에게 달려드는 장면은 보는 이를 공포로 옥죄었다. 그리고 이 영화 이후로 거의 모든 좀비는 단거리 육상 선수 뺨치는 실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이 갑자기 몰아치고 난 후 완전히 에너지가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 널브러져 있을 때 “좀비 같다”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어눌한 움직임은 그전까지 좀비를 정의하는 여러 특성 중 하나였다. 어쩌다 다시 움직이게 된, 생명체라 부르기는 뭣한 이 존재는 굳어버린 관절 때문에 어기적거리며 걸었다. 그런데 달리는 좀비라니. 여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