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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24. 디스토피아에서 희망은
    금요알람 2021. 10. 8. 08:00

    #블레이드 러너 #브라질 #가타카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이번 주는 구독자 리퀘스트 특집입니다. '디스토피아' 영화를 골라 달라고 하셨어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제가 그동안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뭉뚱그려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덕분에 그 둘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으로 극도로 부정적인 세계를 말합니다. 주로 기술은 극도로 발달했지만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형태로 묘사되지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핵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문명사회가 완전히 몰락한 이후를 말합니다. 자원도 사라지고 무정부 상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려요.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는 조지 오웰의 1984가 디스토피아,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해당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1982)

    몇 년 전 드니 빌뇌브 감독이 35년 만에 『블레이드 러너』 후속작을 발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영화를 찾아보았어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언젠가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간 보았던 빌뇌브 감독의 전작이 무척이나 좋기도 했고 원작에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가 다시 등장한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2015)』도 그렇고 해리슨 포드는 과거에 출연했던 영화의 덕을 제대로 보는 배우 같습니다.

     

    복제인간들이 탈출하여 반란을 일으키자 그들을 잡기 위해 은퇴한 경찰 릭(해리슨 포드 분)이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여러 사건을 겪게 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진정 무엇인지, '복제 인간'과 '인간'을 구분 짓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묵직한 물음을 던집니다.

     

    지금 보아도 오히려 더 미래적으로 느껴지는 영상과 반젤리스의 OST가 보는 이를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신시사이저를 묵직하게 사용한 영화의 오프닝 음악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OST 앨범만 따로 감상해도 좋더라고요. 시간이 나실 때 한번 들어보길 권합니다. 

     

    감독 : 리들리 스콧

    러닝타임 : 1시간 57분

    Stream on Watcha

     

    브라질 (1985) 

    영화의 설정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비슷합니다. 사회의 모든 일이 문서와 기계로 관리되고 사람들은 공장의 부품처럼 획일화된 일상을 반복하죠. 어느 날 타자기에 떨어진 파리 한 마리가 기계에 오작동을 일으키고 '터틀' 대신 '버틀'이 테러범으로 정보국에 잡혀가며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당연하게도 '버틀'은 테러와는 아무 상관없는 평범한 사람이었고요. 여기에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타고난 몽상가 기질로 한직에 머물러 있기 원하는 샘(조나단 프라이스 분)과 그가 꿈에서 그리던 여인이 우연히 마주치면서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테리 길리엄 감독은 특유의 미학을 발휘해 독특한 미장센을 연출합니다. 굵은 파이프라던가 브라운관 텔레비전, 타자기 등 분명 오래된 기계부품이 모여 있는데 지금 보아도 미래적인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의 복장도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갖춰 입어 1950년대가 언뜻 떠오르지만 먼 미래라는 설정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태리 길리엄 감독은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썬(Monti Python)'의 멤버이기도 한데요, 요즘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이 바로 에서 여기에서 왔습니다. 영화 『두 교황(2019)』에서 흰머리가 성성한 얼굴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기했던 배우 조나단 프라이스와 그때나 지금이나 얼굴에 변함이 없어 신기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시절 연기도 놓치지 마세요.

     

    감독 : 테리 길리엄

    러닝타임 : 2시간 11분

    Stream on Watcha

     

    가타카 (1997)

    영화를 보고 난 후 제법 긴 시간이 흘러도 거의 모든 영화 장면이 기억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영화 『가타카』가 그중 하나인데요, 이렇게 멋진 영화가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금요알람에서 소개한 영화 세 편 모두가 그렇습니다. 개봉했을 때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재평가되어 명작의 반열에 올랐어요. 

     

    먼 미래, 인류는 유전자 조작으로 신체적으로 완벽한 아이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유전자 조작 없이 자연스럽게 태어난 아이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약하고 부족하게 여겨져 하등 인간으로 취급받죠.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 분)는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유전적 한계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도 없죠.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다른 이의 유전정보를 사서 취직합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하루하루이지만 조금만 버티면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을까요?

      

    영화 제목 '가타카(GATTACA)'는 염기서열 A, T, G, C를 배열해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형질만을 가진 아이를 합성한다는 영화의 설정을 함축적으로 잘 담아낸 단어 같아요. 

     

    감독 : 앤드류 니콜

    러닝타임 : 1시간 46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전자미궁:  THX 1138 4EB - 조지 루카스

    Electronic Labyrinth THX 1138 4EB

    조지 루카스 감독이 초창기에 만들었던 영화 중에 『THX 1138』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영화인데 흥행은 하지 못했다고 해요. 이후 그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방향을 틀어 『스타워즈』 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요.

     

    사실 『THX 1138』는  그가 대학생 때  만들었던 단편 영화 『전자미궁: THX 1138 4EB』를 장편으로 만든 것입니다. 1967년 작품이라 화질도 좋지 않고 의도적으로 기계음을 섞어서 무어라 말하는지 알아듣기 어렵기도 하지만 젊은 조지 루카스의 풋풋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러닝타임은 15분입니다.


    올해는 2021년. 1980년대의 디스토피아 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될 정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거 영화에서 꼬집었던 불합리한 요소는 없는지 되돌아봅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상상했던 빅브라더가 테크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활개를 치고 있지는 않은지, 편리함을 핑계로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자유를 저당 잡히고 있는 건 아닌지 잠시 멈추고 생각해볼 때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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