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선빵
-
19. 시큼털털 사워도우 먹으랴느냐, 어화둥둥 내사랑아금요선빵 2023. 3. 23. 20:57
사워도우와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사워도우 가득 담긴 클램차우더를 반사적으로 떠올린다. 출장지로 샌프란시스코가 결정되었을 때도 그랬다. 머무는 동안 시간을 내서 꼭 클램차우더와 사워도우를 먹어야겠다고 숙소를 예약하자마자 가장 가까운 매장부터 찾았다. 역사가 오래되고 워낙 유명한 빵집이라 주요 관광지가 아닌 시내에도 여러 곳 분점이 있었다. 사워도우(Sourdough)는 말 그대로 신맛이 나는 빵이다. 이스트를 쓰지 않고 물과 밀가루만으로 만든다. 물과 밀가루를 섞어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스타터(starter)라는 반죽을 만들고 여기에 다시 밀가루를 배합해 빵을 만든다. 스타터는 종갓집 씨간장처럼 대를 물려가며 사용하기도 한다고. 실제로 처음 사워도우를 구울 ..
-
18. 행운의 인형은 어디에금요선빵 2023. 3. 14. 09:00
: 로스콘과 마드리드 3월은 좀 기묘한 달이다. 시기적으로나 기후적으로나. 해가 바뀌고 두 달이 지난 시점. 새해에 시작한 다짐과 시작 특유의 들뜸이 어느 정도 일상에 희석되고 어색했던 년도 수와 더해진 나이가 손과 입에 익었을 무렵. 두 달의 유예가 끝났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공휴일로 달을 시작하고 나면 비로소 오롯이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 든다. 학생시절 3월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때이기도 해서 시작의 인상이 더욱 강렬했는데 학교를 졸업한 지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3월이 되면 1월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레곤 한다. 연차가 새롭게 생기는 시점이 3월이라 더욱 그런 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쌀쌀한 아침, 대문을 나서자 바람에서 매화 향이 은은히 실려오면 아, 봄이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3월..
-
17. 다시 오븐에 불을 올리고금요선빵 2023. 3. 13. 21:30
너그러운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Q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시즌 5 시작 메일에서 말씀드렸듯 『금요선빵』도 다시 시작합니다. 『금요알람』과 더불어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배달할 예정이에요. 『금요선빵』은 도시와 빵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도시를 여행한 경험과 그곳에서 먹었던 빵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요. 작년 이맘때, 『금요선빵』을 시작하면서 "선빵"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온갖 빵 모양이 빵! 빵! 빵! 하고 떠오르면 좋겠다고 썼는데 지금도 그렇습니다. 기약 없이 멈추었던 편지에, 아니 오븐에 다시 장작을 넣어 봅니다. 그동안 발행했던 『금요선빵』은 아래 링크로 연결에 둘게요. 그럼 저는 빵 내음 빵빵히 채워 문장을 구워내 보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
-
16. 일단정지금요선빵 2023. 3. 13. 21:28
2022. 6. 21. 오전 7:00 상냥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Q입니다.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정말, 여름입니다. 본격 여름 맞이는 순조로우신지요. 저는 이불을 여름 용으로 바꾸고 잠옷도 계절에 맞추어 갈아입었습니다. 아직 에어컨은 틀지 않았습니다. 부디 $%name%$님도 더위에 잠을 설치지 않기를 빕니다. 3월부터 넉 달 동안 "금요선빵"을 썼습니다. 중간에 두 번 쉬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시즌을 완주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name%$님 덕분입니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 저의 글을 읽어 주셨지요. 감사합니다. 모자란 글재주로 하고픈 말을 글에 다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글 너머의 마음이 $%name%$님께 가닿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
15. 맛없는 빵금요선빵 2022. 6. 16. 20:18
금요알람 구독하기 📬 : 베이글과 뉴욕 재료: 밀가루, 설탕, 소금, 이스트 뉴욕에 한 달만 살아보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길게도 짧게도 말고 딱 한 달만. 그보다 오래 머물기에는 사람도 차도 너무 많고 물가도 비싸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지칠 것 같고 한 달보다 짧은 시간은 뉴욕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에 너무 모자랄 것 같다. 센트럴 파크를 걷고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머무는 동안 오페라나 연주회를 보려면 한 달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한다. 아마도 근시일 내에는 이루기 어려운 계획이라 그저 상상에만 머문다. 처음 뉴욕을 여행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가이드를 따라 바쁘게 주요 랜드마크를 돌아다녔다. 화면으로만 보던 뉴욕의 마천루와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일은 신났고 대규모 박물..
-
14. 명쾌한 주문금요선빵 2022. 6. 14. 00:02
토르티야와 샌안토니오 재료: 옥수수 가루 또는 밀가루, 소금, 물 텍스-멕스(Tex-Mex)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감이 좋아서 혼자 여러 번 중얼거렸다. 텍스-멕스(Tex-Mex), 텍스-맥스(Tex-Max), 택스-맥스(Tax-Max). 엑스 발음이 두 번 겹쳐 반복되며 발음할 때마다 경쾌한 리듬을 만드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E’를 ‘A’로 바꾸면 금세 엉뚱한 뜻으로 변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텍스-멕스는 텍사스와 멕시코에서 앞자리를 따와 만든 합성어로 미국식 멕시코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텍사스와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텍사스는 예전에 멕시코 영토이기도했으며 히스패닉 인구 비율도 높다. 그러니 이곳에서 텍스-멕스라는 새로운 음식 장르가 생기는 건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멕시코를 뜻하..
-
13. 후반쉼표금요선빵 2022. 6. 2. 21:08
상냥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Q입니다. 어느덧 5월도 마지막 날입니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꽃 향기에 취하던 날이 얼마 전 같은데 벌써 매실이 푸르게 익어가고 있어요. 여름이 성큼 오기 전에 설탕을 가득 부어 매실청을 담아야겠습니다. 매실 생각을 하니 입 안에 침이 고이네요. 쓰려는 글은 잘 써지지 않고 입맛만 다시다가 도저히 오늘은 마감을 하지 못하겠다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여름밤은 왜 이리 맛있는 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걸까요. 지금 한창 익어가고 있을 복숭아와 자두, 여름에 먹어야 제맛인 빙수와 냉소바. 지금쯤 담아야 할 희고 빨간 열무김치와 거기에 말아 먹는 열무국수. 사계절 먹어도 좋지만 어쩐지 여름에 한 번은 제대로 먹어야 할 것 같은 냉면. 구독자 님은 여름 맞이 음식하..
-
12. 크렘슈니타가 데려간 길금요선빵 2022. 5. 24. 09: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 크렘슈니타와 사모보르 재료: 밀가루, 계란, 설탕, 바닐라, 럼, 우유, 커스터드 크림 자그레브 시에서 발행한 여행안내 책자에는 당일 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근교 도시 몇 곳이 소개되어 있었다. 소책자는 놀랍게도 한국어판을 제공했다.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에서 발행한 관광 책자가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쓰는 언어로 발행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을까 궁금해졌다. 다시 말해, 대체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크로아티아를 찾길래 한국어판 관광책자가 나오게 된 걸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크로아티아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기 있는 관광지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직항도 생기고 이렇게 한국어 관광안내문도 나오는 걸 보면 새삼 미디어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싶었다. 덕분에 한국어로 쓰인 안내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