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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8. 이 가을을 너와 함께 걷고파금요알람 2021. 11. 5. 08:00
#만추 #멋진 하루 #세상의 끝까지 21일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붉고 노랗게 물든 가로수를 보며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푸른 하늘 끝으로 눈이 닿게 되는 가을이에요. 지금 구독자님의 창문 밖으로는 어떤 하늘이 보이나요? 11월 첫 주 금요알람은 두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뻔한 로맨스 영화는 아니에요. 로맨스의 클리셰를 빼고 난 자리를 무엇이 대신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만추 (2011) "안녕. 오랜만이에요." 한 여자가 불안정한 걸음으로 걸어옵니다. 멍과 상처 투성이인 얼굴보다 더 걱정되는 건 당장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그녀의 눈빛입니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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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9. F55 포레스트, 영창 피아노금요예찬 2021. 11. 2.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갑자기 요즘 피아노를 한 대 사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궁금해져서 검색해보았다. 피아노는 모양에 따라 크게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로 나누는데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뚜껑이 열리는 피아노가 그랜드 피아노이고 피아노 학원 연습실에서 흔히 보는 세로로 길쭉한 피아노가 업라이트 피아노다. 그랜드 피아노는 1억이 훌쩍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었기 때문에 애초에 가격을 찾아보지도 않았고 업라이트 피아노는 삼백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 가격은 생각을 훨씬 웃돌았다. 국내 피아노 브랜드의 대명사인 영창과 삼익, 일본의 대중적인 악기 브랜드인 야마하에서 생산하는 업라이트 피아노는 오백만 원 전후였다. 물론 천만 원이 넘어가는 모델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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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7. 건반 88개가 이야기를 시작하면금요알람 2021. 10. 29. 08:00
#피아노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주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막을 내렸습니다. 6년 전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우승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원래 5년마다 열리는데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어 올해 열렸습니다. 유튜브로 대회를 실황 중계했는데요, 저는 나중에 파이널 영상만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 폴란드는 시차가 7시간이라 라이브는 보기 어렵더라고요. 오랜만에 쇼팽의 피아노 곡을 들으며 즐거운 한주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좋을까 고민하며 묵혀둔 피아노 영화를 꺼냈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가을은 피아노 연주를 듣기 딱 좋은 계절이니까요. 피아노 (1993)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다지 유용한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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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8.『듄』이 잘되면 좋겠습니다금요예찬 2021. 10. 26.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한 영화의 성공을 이토록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 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이 손익분기점을 넘겨 무사히 2편이 제작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아름다운 영상과 느린 호흡, 장엄한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듄』은 새로운 SF 시리즈의 시작을 황홀하게 선포했는데 그 면면이 감독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고,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온갖 매체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 번도 내가 본 영화가 박스오피스 몇 위 인지,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가 몇 명인지 관심 있게 들여다본 적이 없는데 요 며칠 간은 매일 이 둘을 확인하고 있다. 더구나 다음 주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시리즈물 『이터널스』가 개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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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6. 드니 빌뇌브의 황량함금요알람 2021. 10. 22. 08:00
#블레이드 러너 2049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프리즈너스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화요일 영화관에 다녀왔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이 개봉했기 때문이죠. 백만 년 만에 간 영화관은 낯설고 친숙했어요. 그 사이 거의 두 배는 된 것 같은 티켓 가격에 놀라기도 했고요. 하지만, 커다란 스크린과 웅장한 소리, 영화 이외에 다른 자극이 없는 적절한 어둠은 여전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아야 하는 훌륭한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듄』은 오래 기다리고 기대했던 만큼 아름답고 장엄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어서 지루할까 걱정했는데 감독이 욕심을 부려서 더 길게 만들었어도 괜찮았겠다 싶어요.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가 러닝타임이 세 시간이었잖아요. 영화가 흥행해서 2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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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7. 삶은 감자를 먹는 일금요예찬 2021. 10. 19. 07: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영화 『토리노의 말 (201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토리노의 말』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속수무책으로 혼란했다. 꽤 오래전 일인데도 그때 들었던 감정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생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늙은 남자가 거센 바람을 맞으며 마차를 몰고 가는 장면이 오랫동안 나온다 (이때 이 영화의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남자가 집에 도착하고 그의 아내인지 딸일지 모를 여자가 그를 맞아 함께 말을 마구간에 두고 집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남자가 외출복을 벗는 걸 돕는다. 남자의 몸이 성치 않아 거동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 하나 없이 그 장면이 길게 이어졌다. 별달리 사건이라고 할 것 없는 옷 갈아입는 장면을 그리도 집요하고 세세하게 묘사하다니. 이건 심상치 않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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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5. 지루하고 아름다운금요알람 2021. 10. 15. 08:00
#토리노의 말 #영원과 하루 #솔라리스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주기적으로 넷플릭스나 왓챠의 스트리밍 서비스 종료 예정작을 찾아봅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영화를 얼른 챙겨 보려고요. 며칠 전에 그 리스트에서 한 영화 제목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가 디스토피아였으니까 이번엔 뭔가 가볍고 상큼한 걸 고르려 한 원래 계획은 잠시 미루었어요. 이번 주에 소개하는 영화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롱테이크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것도 한 테이크 안에 공간의 이동이 거의 없는 아주 아주 정적인 롱테이크지요. 주말 오후, 끝없이 이어지는 롱테이크를 보다 꾸벅꾸벅 졸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고백하자면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그 지루함을 살짝 비껴가면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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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6. 지금, 여기, 디스토피아금요예찬 2021. 10. 12.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좀 괜찮아지면 보자.”라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WHO가 팬데믹을 선포했다. 그때 말했던 “좀 괜찮아지면”이 이렇게 기약 없이 길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혹시라도 모를 바이러스 노출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연일 반복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불필요한 외출이란 생존활동에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는데 이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족과 외식을 하고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포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사람들은 온라인 세계로 눈을 돌렸다. 요원하게만 보였던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이 허탈할 정도로 빠르게 현실이 되고 온라인 쇼핑 시장도 이전보다 훨씬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