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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화요일에 웬 편지인가 하셨는지요. 거기다 제목도 『금요선빵』이라니. 이건 또 뭔가 싶으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 『금요알람』과 더불어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금요예찬』을 발행했습니다. 『금요예찬』에는 영화와 관련한 에세이를 담았지요.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영화 말고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빵”입니다.
계란물을 입혀 구운 빵처럼 먹음직스러운 노란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어느 오후, 빵과 그 빵을 먹었던 도시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금세 열 개가 훌쩍 넘어가더군요. 이 정도면 제법 분량이 되는 글 묶음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은 외롭고 어려운 일이라 그대로 묵혀 두고 말았어요. 속에서 문장을 끄집어내는 대신 입안으로 온갖 빵을 들여보냈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금요예찬』을 쓰면서 묵혀 둔 빵과 도시의 이름이 떠올랐어요. 이제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다 상냥한 마음으로 저의 글을 읽어주신 구독자님 덕분입니다.
에필로그까지 총 16편의 『금요선빵』을 발행합니다. 선빵이라니. 뉴스레터 이름치고 좀 자극적인 감이 있습니다만 몇 번 말하다 보니 입에 감기는 맛이 좋아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선빵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주먹 대신 온갖 빵 모양이 빵, 빵, 빵 하고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넉 달 동안, 화요일 아침마다 문장 사이사이에 빵 굽는 냄새를 가득 채워 오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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