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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34. 팀 버튼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세계
    금요알람 2021. 12. 17. 08:00

    #유령 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위니 토드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금요알람의 두 번째 시즌도 어느 덧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 금요알람에서는 한 달에 한번 꼴로 감독 특집을 발행했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드니 빌뇌브웨스 앤더슨에 이어 이번 시즌 마지막 감독 특집으로 금요알람에서 소개할 감독은 바로 팀 버튼입니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캐릭터 디자인과 기괴하고 음산하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이고요. 이번 주 금요알람은 그의 기다란 필모그래피 중에서 뮤지컬적인 특징이 잘 녹아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유령 신부 (2005)

    팀 버튼 감독은 원래 애니메이션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첫 직장은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였죠. 하지만 귀엽고 예쁜 캐릭터와 밝고 명랑한 이야기 진행을 추구하는 디즈니와 팀 버튼은 태생부터 맞지 않는 사이였죠. 결국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디즈니를 그만두고 워너브라더스에 입사해 커리어를 이어갑니다. 

    『유령 신부』는 영화감독으로 명성을 쌓아 가던 팀 버튼 감독이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 때문에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팀 버튼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영혼의 단짝 조니 뎁이 어리바리한 신랑 빅터를, 감독의 또 다른 페르소나 헬레나 본햄 카터가 유령 신부 에밀리를 연기했고 대니 엘프만이 음악을 맡았습니다.

    빅터는 얼굴도 모르는 신부 빅토리아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합니다. 귀족 가문과 결혼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빅터의 부모와 몰락해 빈털터리가 된 가문을 딸을 팔아 일으키고자 하는 빅토리아의 부모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이 결혼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빅터는 자꾸만 결혼 서약을 까먹고 예비장모님의 드레스까지 태워먹으며 결혼 리허설을 시원하게 말아먹고는 숲속에서 유령 신부 에밀리에게 의도치 않게 결혼 서약을 맹세하고 지하세계로 끌려갑니다. 빅터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대로 유령 신랑이 되는 걸까요?

    감독 : 팀 버튼
    러닝타임 : 1시간 17분
    Stream on Watch & Netflix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이 영화를 떠올리면 진한 초콜릿 향기가 어디선가 풍겨 오는 기분이 듭니다. 윌리 윙카, 윌리 윙카, 하는 멜로디도 함께 말이죠. 대니 엘프만의 중독적인 음악과 배우 딥 로이가 연기한 원색 찬란한 움파룸파가 무척이나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초콜릿에 동봉된 황금 티켓을 받고 윌리 윙카의 초콜릿 공장에 초대받은 다섯 아이들의 모험담이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제목에 나오는 찰리(프레디 하이모어 분)가 그중 하나이죠. 영화에는 초콜릿과 과자로 만든 온갖 조형물이 형형색색으로 등장해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드는데,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집의 현대적 버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 궁금해졌어요.

    이 영화의 프리퀄 격인 영화 『윙카』가 2023년을 목표로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윌리 윙카가 초콜릿 공장을 만들기 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인가 봐요.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윌리 윙카 역을 연기한다고 하네요. 그가 어떤 윙카를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우리는 조니 뎁의 윌리 윙카를 만나 봅시다. 

    감독 : 팀 버튼
    러닝타임 : 1시간 55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스위니 토드 (2007)

    뮤지컬 장면을 영화에 삽입하는 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아예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어요. 『스위니 토드』는 미국 뮤지컬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입니다. 손드하임이라는 이름이 친숙하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손드하임의 음악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를 숏 프로그램 음악으로 썼거든요. 노란색 피겨복을 입고 애절한 연기를 펼치던 김연아 선수, 기억나시나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무척이나 애틋하고 서정적인 곡이지만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그와 정반대에 있는 작품입니다. 뒤마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떠오르는 피의 복수극이죠. 순진했던 이발사 벤저민 바커가 계략에 빠져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의 화신 스위니 토드가 되어 런던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버튼 감독이 수많은 뮤지컬 작품 중에서 하필 『스위니 토드』를 선택한 건 매우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 같아요.

    원작 뮤지컬이 가진 힘이 대단한 데다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가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을 훌륭하게 연기해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운 좋게 공연장에서 뮤지컬로 이 작품을 보았는데 영화를 보니 뮤지컬을 보러 당장이라도 공연장에 달려가고 싶어 지네요. 공연장의 건조한 공기, 나무의 울림, 배우의 호흡 소리, 앙상블의 합창까지 모두 그립습니다.

    감독 : 팀 버튼
    러닝타임 : 1시간 56분
    Stream on Watch &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팀 버튼 감독의 첫 작품, 단편영화 빈센트 (1982)

     

    빈센트는 7살 남자아이의 빈센트 프라이스의 이야기를 담은 6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해골이 떠오르는 얇고 가는 팔다리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밝은 미소 아래에 숨긴 온갖 기괴한 상상과 그 아래에 숨어 있는 여린 마음까지. 감독의 첫 작품인데도 "팀 버튼"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연출이나 캐릭터 디자인이 거의 완성형이어서 놀랐어요. 

    내레이션은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가 맡았습니다. 1950년대 공포영화를 주름잡았던 배우로 팀 버튼 감독이 무척이나 존경해서 소년의 이름도 빈센트 프라이스로 짓고 내레이션도 부탁했다고 해요. 내년 5월 DDP에서 팀 버튼 전시회가 기획되어 있다는데 거기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팀 버튼 감독 특별전에서 피규어를 하나 사 오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쉬운데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겠어요.


    이번에 소개한 영화 세 편 모두에 배우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가 출연했네요. 명실상부 환상의 짝꿍, 일생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들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영화로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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