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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36. ...에게
    금요알람 2021. 12. 31. 08:00

    #러브레터 #윤희에게 #사마에게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2021년 마지막 날, 상쾌하게 시작하셨는지요? 오늘과 이번 주말은 사실 영화를 보기는 그리 적절한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자극보다는 지난 일 년 동안 겪은 일을 회고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때이니까요.

    그러니까 이번에 소개드리는 세 편의 영화는 여유를 두고 천천히 보시길 권합니다. 『금요알람』은 내년 3월에 다시 시작합니다. 본격 시즌 3이 시작하기 전에 1월 중 한번 기습 발행이 있을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러브레터 (1995)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

    유명한 영화는 소개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어떤 말을 붙이든 다 사족같이 느껴지거든요.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가 설산을 향해 죽은 애인의 안부를 묻는 말을 외치는 장면은 무척이나 유명해서 여기저기에서 패러디도 많이 되었고요, 2019년 영화 재개봉 포스터 이미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히로코가 자신의 죽은 애인 "후지이 이츠키"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주소라 생각했는데 편지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 분)에게 전달되고 그녀가 답장을 쓰면서 둘은 각자가 기억하는 "후지이 이츠키"의 추억을 나눕니다. 

    최근 왓챠에서 이 영화를 서비스하기 시작해서 아련하고 반가웠어요.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일인이역인 줄 모르고 영화 초반부에 꽤나 헷갈렸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다른 공간인데 같은 인물이 나와서 당황했었거든요. 구독자님의 "러브레터" 추억은 무엇인가요?  

    감독 : 이와이 슌지
    러닝타임 : 1시간 59분
    Stream on Watcha

     

    윤희에게 (2019)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보낼 마음이 없었던, 아니 어쩌면 누군가 대신 보내 주길 은근히 바랬던 편지 한 통이 정말로 보내집니다. 일본에서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요. 고등학생 새봄(김소혜 분)은 엄마 윤희(김희애 분)에게 온 편지를 보고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죠. 그리고 졸업을 핑계로 여행을 가자고 엄마를 조릅니다. 편지가 출발한 도시 오타루로 말이에요.

    오타루에서 윤희는 학창 시절 사랑했던 쥰(나카무라 유코 분)의 흔적을 찾고 새봄은 남자 친구 경수(성유빈 분)와 풋풋한 연애의 추억을 쌓습니다. 흰 눈이 그득히 쌓인 오타루에서 코끝이 빨갛게 되도록 시린 겨울바람을 맞으며 말을 삼키고 그저 자꾸만 걸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은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말이에요.

    영화 OST는 "김사월x김해원 프로젝트"로 대중에게 친숙한 김해원 음악감독이 작업했습니다. 지금 OST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어요. 멜로디만 들어도 오타루의 겨울 풍경과 윤희와 준, 두 사람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마음이 아릿하네요.

    감독 : 임대형
    러닝타임 : 1시간 45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사마에게 (2020)

    "사마, 넌 우리 삶의 단비였다. 
    하지만 널 이런 곳에서 낳다니.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엄마를 용서해 줄래?"

    얼마 전 시리아 전통 디저트를 처음으로 먹어보았습니다. 과자 이름이 새둥지라는 뜻을 가졌다는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어요. 이름처럼 시럽에 절인 피스타치오를 실타래 같은 도우로 감싼 모양이었습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입안 가득 퍼진 달콤함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이 디저트가 제게 온 과정을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 디저트를 만든 사람은 불가항력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삶을 처음부터 다시 일구었을 겁니다. 그가 어렵게 연 가게에서 만들어진 디저트가 대륙을 건너 제 손에 닿게 된 거겠죠. 

    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에서 시리아 내전을 온몸으로 살아낸 감독이 그곳에서 찍은 영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입니다. 전쟁통에 태어난 자신의 딸 사마에게 쓴 절절한 편지이기도 합니다.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아이. 포탄 조각에 남은 열기로 겨울 추위를 견디는 사람들. 결국은 전쟁을 피해, 제 집과 제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인간은 왜 이리도 잔인한걸까요.

    감독 :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러닝타임 : 1시간 35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복자에게
    - 김금희 장편소설

    책 표지가 정말 아름답지요? 소설을 다 읽은 후 표지 그림과 소설의 분위기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나면 아릿한 마음이 들고 마는데 약간 빛바랜 느낌의 색감이 이런 마음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 같아요.

    열세 살 소녀 "이영초롱"은 어느 날 갑자기 가족과 떨어져 고모네 집에 가서 살게 됩니다. 고모네 집은 제주도에도 한번 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고고리섬'에 있었죠. 서울을 떠나 낯선 곳에 도착한 첫날, 우연히 만난 "복자"와 친구가 됩니다. 사소한 일로 함께 웃고 상처받고 토라지는 청소년기 특유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데요, 저는 그 묘사를 보면서 제가 안타깝게 놓쳐 미처 자라지 못한 인연들을 떠올렸습니다. 어른이 되어 법관의 신분으로 다시 제주도를 찾은 이영초롱은 의료 사고 소송건을 진행하여 옛 친구들과 재회합니다. 

    제주도에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곤 합니다. 그곳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병원과 법원이 있고 의료 사고로 고통받고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생각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로 금요알람의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합니다. 2021년의 마지막날 평안하시길 빕니다. 저는 새해에 문득, 편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해피 뉴 이어.
    당신의 큐레이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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