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1월에 "데이비드 보위"를 테마로 편지를 드리고 꼬박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저는 별탈없이 건강히 지냈습니다. 다음주면 벌써 3월이라 새롭게 금요알람을 시작하기 앞서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금요알람 세 번째 시즌은 3월부터 6월까지입니다. 넉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화요일이 말날이었습니다. 말날의 '말'은 동물 '말'을 뜻합니다. 따그닥, 따그닥. 바로 그 말이요. 음력 달력을 자세히 보면 십이간지가 날마다 순서대로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거기서 '말'이 그려진 날이 '말날'입니다.
예부터 말날에 장을 담그면 특히 맛이 좋다고 해서 정월 말날은 된장을 담그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도 그러는 집이 있을까 싶은데 저희 집이 그렇습니다. 식구가 적어 해마다는 아니고 한해 걸러 한해, 된장을 담습니다. 항아리 가득 소금물을 채운 후 메주를 차곡차곡 담고 뚜껑을 덮어 두어 달을 기다리면 소금물은 간장이, 메주는 된장이 됩니다.
갑자기 왠 된장 이야기를 꺼내냐면 오늘 아침 게 한 마리를 넣고 끓인 된장이 무척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 익은 된장은 맛도 향도 진하고 깊습니다. 말날 담근 된장이 익어가듯, 구독자님과 제가 쌓은 우정도 맛깔나게 익어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