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알람 75.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금요알람 2023. 4. 13. 21:57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마지막 황제 #남한산성
(뉴스레터 발행일: 2023. 04. 07)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봄 비에 꽃은 지고, 성급히 꺼내 입었던 반팔이 머쓱하게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감기가 유행하는 것 같은데 구독자 님은 괜찮으신가요.
한주 내내,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가 살아생전 좋아했다는 문장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를 뉴스레터 제목에 실어 보냅니다. 그의 음악이 담긴 영화를 다시 보며 스산한 마음을 달래 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2017)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이름과 대표곡 정도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고요? 그렇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추천합니다. 인후암 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영상을 통해 그가 어떤 음악을 추구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어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가 비 오는 날 플라스틱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통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듣던 모습입니다. 타닥, 탁 탁 타다닥. 제가 만약 소리를 수집한다면 가장 먼저 빗소리를 수집할 거라고, 고요히 비가 내리는 날마다 그를 떠올렸습니다.
큐멘터리와 함께 그의 2017년 앨범 『Async』의 공연 실황을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도 공개되었어요. 이 두 편을 이어 보아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독 : 스티븐 쉬블
러닝타임: 1시간 41분
Watch on 유튜브
마지막 황제 (1987)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존 론). 영화는 네 살배기 어린아이부터 노쇄한 말년까지, 대국의 황제에서 몰락한 나라의 허수아비 왕, 평범한 시민에 이르는 푸이의 삶을 담담히 따라갑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푸이의 굴곡진 인생을 관조하기도, 어루만지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준비도 없이 왕좌에 오른 이가 주변의 암투에 휘말려 평민이 된다는 줄거리가 쑤퉁의 소설 "나 제왕의 생애"를 떠올리게 했어요. 영화는 푸이의 자서전을 영화화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1988년 무려 9개 부문을 석권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어요. 류이치 사카모토가 참여한 OST도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의 테마곡 "Last Emperor"과 "Rain"는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OST인 "Merry Christmas Mr Lawrence"와 더불어 그를 설명하는 대표곡이 되었어요. 영화에서 그는 OST 작업과 더불어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러닝타임 : 2시간 43분
Stream on ...
남한산성 (2017)때는 1636년.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청의 군대를 피해 인조(박해일)는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갑니다. 오랑캐에게 끝까지 맞서 싸워야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과 백성을 지키며 훗날을 도모해야하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사람과 사기는 겨울 추위로 얼어붙고 인조의 시름은 깊어질 뿐입니다.
주요 사건은 병자호란이나 전쟁 장면보다는 김상헌과 최명길이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전쟁 씬은 많지 않으나 대사들이 칼날보다 날카로워 살짝만 스쳐도 피가 베어 나올 것 같았어요.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영화화했기 때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지난 달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나면서 영화 『남한산성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OST로 참여한 한국 영화가 되었습니다.
감독 : 황동혁
러닝타임 : 2시간 19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티빙
덧붙이는 이야기
영화 철도원 OST - Poppoya
언젠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담긴 영화들을 테마로 묶어 뉴스레터에서 소개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그 때가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아침보다는 깊은 밤이, 생동하는 봄보다는 내면으로 파고드는 겨울이 어울린다 느껴지던 그의 음악들. 그 중에서도 그가 OST로 참여했던 영화 『철도원』의 테마곡, Poppoya를 구독자 님과 함께 듣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금요알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요알람 77. 너의 이름은 삼음절 (0) 2023.04.21 금요알람 76. 비와 함께 흐르는 사랑 (0) 2023.04.14 금요알람 74. 왕가위와 양조위 (0) 2023.04.13 금요알람 73. 그 식탁에서 생긴 일 (0) 2023.04.13 금요알람 72. 동승자의 중요성 (0)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