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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76. 비와 함께 흐르는 사랑금요알람 2023. 4. 14. 09:00
#어바웃 타임 #클래식 #언어의 정원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공기가 텁텁합니다. 건조한 공기 탓인지 산불 뉴스도 자주 들리고요. 시원하게 비가 내려서 이 모든 매캐함을 씻어내려 주면 좋겠습니다.
화면에서라도 빗줄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주는 비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사랑 영화를 골라보았습니다. 비와 함께 촉촉이 흐르는 사랑 이야기를 만나 보시죠.
어바웃 타임 (2013)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한 번쯤 해보는 상상이죠. 만약 내게 그런 초능력이 생긴다면 구독자 님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 21살이 되는 새해 첫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가족의 비밀을 전해 듣습니다. 바로, 집안의 남자들은 시간 여행, 그러니까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처음에는 아버지가 자신을 놀리는 줄만 알았습니다. 아버지, 이런 터무니없는 농담을 그런 진지한 얼굴로 하시다니요. 그러나 세상에! 농담이 아니었어요. 휘둥그레진 눈을 한 팀에게 아버지가 묻습니다. 너는 이제 그 능력을 어떻게 쓰고 싶니?
사랑. 팀은 사랑을 외칩니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사랑을 얻죠. 꿈에도 그리운 그녀와 결혼하는 날. 피로연 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강풍에 우산도 다 뒤집혀 버리고요, 비를 막으려 세워둔 천막도 모두 다 날아가 버립니다. 그럼에도 팀의 얼굴은 함박웃음만 가득하네요.
감독 : 리처드 커티스
러닝타임: 2시간 3분
Watch on 왓챠 & 넷플릭스클래식 (2003)
이번 영화는 조금 다른 의미의 시간 여행이 일어납니다. 대학생 지혜(손예진)와 학교 선배 상민(조인성)의 사랑과 지혜의 엄마 주희(손예진)와 엄마의 첫사랑 준하(조승우)의 사랑이 1960년대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죠. 손예진 배우가 딸과 젊은 시절의 엄마를 모두 연기해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하나 같은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에서 엄마 주희도 딸 지혜도, 막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과 비를 맞습니다. 특히, 주희가 준하와 함께 소나기를 맞으며 원두막으로 달려가는 장면은 마치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소나기"를 재연한 것처럼 보였는데요, 실제로 곽재용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소설 "소나기"의 이야기가 소녀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며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 곽재용
러닝타임 : 2시간 12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티빙언어의 정원 (2017)
『언어의 정원』은 단편이라기에는 길고 장편이라기에는 짧은 분량의 애니메이션입니다. 등굣길에 비가 내리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구두 스케치를 하러 도심에 있는 공원 속 정원으로 향하는 고등학생 다카오(이리노 미유)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요.
그날도 비가 내렸고, 다카오는 자신이 아지트 삼아 그림을 그리던 정원에서 우연히 초콜릿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는 여자를 만납니다. 이상하게 낯이 익어 혹시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알듯 말듯한 대답과 영문 모를 문장을 남기고 정자를 떠나갑니다.
"하늘에 천둥이 여리게 울리니 드리운 구름에 비라도 오려나 당신을 붙드네"
영화가 시작하고 빗방울이 바닥 고인 물에 떨어지며 동심원을 그려나가는 장면을 보았을 때, 아마 비가 오는 날이면 종종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될 거라고 예감했어요. 2D 애니메이션으로 이토록 세밀하게 비 내리는 날의 정경을 묘사하다니.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넋을 놓고 말았습니다.
감독 : 신카이 마코토
러닝타임 : 46분
Stream on 왓챠
덧붙이는 이야기
쇼팽 빗방울 전주곡 Prelude Op.28 No.15
오늘 편지의 마지막은 쇼팽의 음악으로 마무리합니다. 피아노 선율이 마치 빗방우리 떨어지는 소리 같다고 해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별칭이 붙은 쇼팽의 15번째 전주곡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했습니다.
마조르카에 머물던 쇼팽이 빗속에 외출한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를 기다리며 이 곡을 작곡했다는 이야기가 얽혀 있기도 하죠. 연인을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이 빗방울 소리 너머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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