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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74. 왕가위와 양조위금요알람 2023. 4. 13. 21:52
#중경삼림 #화양연화 #일대종사
(뉴스레터 발행일: 2023. 03. 31.)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예전 금요알람에서는 진행했던 특집 기억하시나요? 영화감독 특집(페드로 알모도바르, 드니 빌뇌브, 웨스 앤더슨, 팀 버튼)과 음악감독 특집(조니 그린우드, 방준석, 알렉상드르 데스플라,토마스 뉴먼), 이렇게 두 번의 특집이 있었답니다.
이번에는 페르소나 특집을 기획했어요. 영화감독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배우가 동시에 떠오를 때가 있잖아요. 원래 페르소나는 가면을 뜻하는 말이지만 영화 분야에서는 그런 배우를 가리켜 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지칭합니다. 금요알람에서 다룰 첫 번째 페르소나는 배우 양조위,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입니다.
중경삼림 (1994)
금요알람의 구독자라면, 이 영화의 한 장면은 기억하고 있으실 것 같아요. 웰컴레터 가장 아래쪽에 있었던 선글라스를 낀 여자(임청하)와 술잔을 든 남자(금성무)의 그림. 바로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가 느슨하게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인데요, 소개한 장면은 두 에피소드 중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답니다. 실연한 남자와 미스터리한 여자의 우연하고 찰나였던 만남에 대한 이야기죠.
두 번째 에피소드에 양조위 배우가 등장합니다. 경찰 제복을 입고 페이(왕페이)가 일하는 가게로 들어오는 장면은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 배우가 노란 우산 아래로 들어왔던 장면만큼 그 시절을 흥분하게 만들었던 장면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청춘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별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여자의 기묘한 관계가 홍콩의 거리를 배경으로 감각적으로 이어집니다.
감독 : 왕가위
러닝타임: 1시간 43분
Watch on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 티빙
화양연화 (2000)첸 부인과 차우(양조위)의 인연은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 이웃 사이인 줄 알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제는 "화양연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BTS의 노래 제목이 먼저 떠오를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아직도 "화양연화"라고 하면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치파오를 입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국수를 사 오던 첸 부인(장만옥)을 슬로 모션으로 잡았던 화면과 그 시퀀스 내내 흐르던 음악 "유메지의 테마"를 어찌 감히 잊을 수 있을까요! 전 이 영화의 OST를 아주 많이 좋아해서 OST 앨범만 주야장천 끼고 듣기도 했습니다.
감독 : 왕가위
러닝타임 : 1시간 38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일대종사 (2013)영화의 제목 "일대종사"는 시대에 한번 나올까 하는 위대한 스승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영어로는 그랜드마스터라고 하죠. 영화는 중국 무술 영춘권의 일대종사인 전설적인 인물 "엽문"의 일대기를 그렸습니다. 엽문 역을 양조위 배우가 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엽문의 아내인 장영성 역을 송혜교 배우가 연기해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술 영화에서 극한의 미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바로 이런 장면을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자와 손 끝을 스치는 빗방울과 무술가들의 움직임이 만든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흩날리는 눈발. 평소 액션 장면에 큰 감흥이 없는데도 이 영화의 액션 신은 자꾸만 돌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끝으로 왕가위 감독은 새 영화 소식이 없네요. 양조위 감독은 마블 영화에도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말이지요. 둘이 함께 하는 모습을 정말이지 한 번은 더 보고 싶습니다.
감독 : 왕가위
러닝타임 : 2시간 2분
Stream on 왓챠, 티빙
덧붙이는 이야기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 왕가위, 존 파워스 지음, 성문영 옮김왕가위 감독과 영화평론가이자 각가인 존 파워스가 쓴 왕가위 감독의 인터뷰집입니다. 그의 영화 인생 30년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와 아름다운 스틸 컷으로 가득한 책이죠.
이번 특집을 쓰려고 준비하면서 아직 왕가위-양조위 조합에 대해 뉴스레터에서 언급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가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는 조합이라 당연히 썼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 책도 그랬어요. 당연히 책장에 있어야 할 책이나 그렇지 못하군요. 두툼하고 무거운 책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기회에 구매할까 합니다.
양조위 배우와 왕가위 감독의 인연은 영화 『아비정전』에서 시작됩니다. 영화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오지만 이 영화 이후 둘의 긴 인연이 이어졌어요. 금요알람의 첫 번째 뉴스레터 "당신께 내 어깨를 빌려줄 수 있다면"에서 『아비정전』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마침 내일이 4월 1일이기도 하네요. 왕가위 감독, 양조위 배우와 더불어 장국영 배우가 더욱 생각나는 때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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