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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73. 그 식탁에서 생긴 일금요알람 2023. 4. 13. 21:48
#더 테이블 #완벽한 타인 #단지 세상의 끝
(뉴스레터 발행일: 2023. 03. 24.)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고성에 다녀왔습니다. 세 시간 여를 달려 바다를 맞닥뜨렸을 땐 절로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를 보는 일도 즐거웠지만 돌이켜보면 테이블에 둘러앉아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었던 시간이 더 기억에 또렷합니다. 가오리 찜이 어찌나 맛있던지...
이번 주의 주제는 "그 식탁에서 생긴 일". 한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나눈 대화를 담은 영화들입니다.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얼마나 다채로운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는지 함께 지켜보실까요.
더 테이블 (2016)
어느 한적한 카페의 나지막한 테이블. 이곳을 하루 동안 거쳐간 네 쌍의 사람들의 대화를 보고 듣습니다. 네 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라 보아도 무방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예요. 드라마틱한 액션은 없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합니다. 가끔 카페에서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들릴 때가 있잖아요. 그걸 영화로 좀 더 은밀히 지켜보는 기분입니다.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는 '테이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내가 카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도 그곳 테이블 어딘가에 묻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색감이 필름 사진을 인화한 듯 따뜻합니다. 무척 제 취향이라, 만약 나중에 프로젝터를 산다면 계속해서 틀어 두고 싶은 영화 중 하나예요. 김종관 감독이 쓴 동명의 책도 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와 영화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 영화를 만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묶었어요. 영화를 본 후 책을 읽어보면 색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감독 : 김종관
러닝타임 : 1시간 10분
Stream on 왓챠, 웨이브, 티빙
완벽한 타인 (2018)여기 일곱 명의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 부부의 집들이가 있는 날이거든요. 태수(유해진)와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는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온 동네 친구들이에요. 최근 이혼한 영배를 빼고 태수와 준모의 아내인 수현(염정아)과 세경(송하윤)도 함께 집들이에 왔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예진이 특별한 게임을 제안합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때까지 폰으로 오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공개하기로요. 조금은 허세로, 조금은 찝찝하게, 조금은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하게 된 게임. 돌이킬 수 없는 게임을 시작한 그들. 이 저녁 식사,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제노베스의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합니다. 전 아직 원작을 보지 못했는데요, 조만간 챙겨보려고요. 우리나라로 옮겨 오면서 어떻게 각색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이탈리아의 식탁에 올라왔을 음식들도 무척 기대됩니다.
감독 : 이재규
러닝타임: 1시간 55분
Watch on 왓챠, 넷플릭스 & 티빙
단지 세상의 끝 (2016)아주 오랜만의 가족 모임입니다. 무려 12년 만에 도시로 떠났던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이제는 성공한 작가가 되어 고향 집을 찾았기 때문이죠. 어머니 나탈리(나탈리 베이)는 아들을 위해 갖은 요리로 식탁을 차리고 가장 예쁜 모습으로 치장합니다.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은 오랜만에 오빠를 만나 무척이나 들떠있고요. 반면 형 앙투안(뱅상 카셀)은 이 상황이 어딘지 못마땅해 보이고 그의 아내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은 처음으로 루이와 인사를 나누어 약간은 어색한 상태입니다.
식탁에 둘러앉은 다섯 사람. 잠깐의 감격적인 해후 이후, 아직 준비한 음식을 미처 다 내오기도 전에, 날 선 말들이 식탁 위를 오가기 시작합니다. 루이는 애초에 가족들에게 전하려 했던 말을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요.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식탁에 놓인 와인 잔은 알까요?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 출동한 듯한 영화 캐스팅이라 그들 각자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감각적인 자비에 돌란 감독의 선곡도 여전하고요. 영화를 두고 여러 평가가 엇갈렸지만 저는 감독 특유의 연출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감독 : 자비에 돌란
러닝타임 : 1시간 39분
Stream on 왓챠
덧붙이는 이야기
에드워드 호퍼의 "푸른 밤"
마지막으로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하나를 덧붙입니다. 미국 도시인들의 고독을 즐겨 그렸던 호퍼. 소개하는 그림은 그가 파리에서 4년 여를 보낸 후 뉴욕으로 돌아와 처음 그린 그림입니다. 각자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캔버스 너머로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오는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열립니다. 지금 얼리버드 티켓을 판매 중이니까요,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면 매진되기 전에 서둘러 주세요. 저는 오늘 소개한 그림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 중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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