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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71.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주오금요알람 2023. 3. 10. 09:00
#미스 슬로운 #델마 #에린브로코비치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토드 필드 감독의 영화 『타르』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리디아 타르를 연기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시종일관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극을 이끄는 모습에 넋을 놓고 말았습니다. 주말에 극장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후보작에 올려 주세요.
다섯 번째 시즌 첫 편지는 『타르』처럼 여성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영화를 골라보았습니다. 마침 지난 수요일이 여성의 날이기도 했네요. 더욱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를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욕망하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무척 사랑한답니다. 구독자 님은 어떠세요?
미스 슬로운 (2016)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이에요.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한 후
대책을 강구해야 하죠.
승자는 상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회심의 한 방을 상대보다 먼저 날려야 해요.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 돼요"
드디어 이렇게! 영화 『미스 슬로운』을 금요알람에서 소개하네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여러 번 보기도 하고 주변에 재밌다고 추천도 많이 했는데 금요알람에서 한 테마로 묶어 소개하기가 까다로워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로비스트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정치 스릴러 영화는 많아도 로비스트를 정면에 내세우는 영화는 드물어서 그랬어요.미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로비스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냉혈한 승부사이지요. 그런 그녀가 '총기 규제 법안'이라는 뜨거운 싸움에 뛰어들게 됩니다. 경제적 이익도 정치적 명예도 아닌 본인의 신념을 위해서요.
전 이 영화를 보고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반짝이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감독 : 존 매든
러닝타임 : 2시간 12분
Stream on Watcha & Netflix델마 (2017)
포스터를 가득 채운 소녀의 얼굴. 그녀의 이름은 델마입니다. 무척이나 엄격한 부모님의 통제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서서히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내내 그녀를 억눌렀던 집안의 비밀도 함께 말이지요.
영화의 시작은 무척이나 정적입니다. 하얗게 눈 내린 설원과 꽁꽁 얼어버린 호숫가, 그리고 그곳을 함께 걸어가는 어린 소녀와 한 남자. 아마도 부녀 관계이겠지요. 정적으로 시작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응축한 에너지를 폭발시킵니다. 델마의 성장담이기도 하면서 스릴러, 때로는 공포 영화의 요소도 가진 무어라 한 장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영화로 느껴졌어요.
영화 『델마』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데요, "정재영 택배짤"을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포스터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감독 : 요아킴 트리에
러닝타임: 1시간 56분
Watch on Naver시리즈온, Tiving & Wavve에린 브로코비치 (2000)
"의료 교육을 받은 적 없군요?"
"네, 하지만 애들 덕분에 경험은 풍부해요."
어딘지 거침없어 보이는 그녀의 이름은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 가진 것은 없지만 당당하고 아는 것이 없어도 용감한 에린은 지금 일자리를 구하는 중입니다. 집에는 그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셋이나 있어요. 하지만 학벌도,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 그녀를 선뜻 고용하는 곳은 없어 보이네요.
절박해진 그녀는 교통사고로 알게 된 변호사 에드(앨버트 피니)를 찾아가 막무가내로 일자리를 요구합니다. 그녀의 진심이 통한 걸까요? 에드는 에린을 고용하고 이렇게 에린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 보조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남들은 신경 쓰지 않던 한 의료 기록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무턱대고 관련 내용을 조사하기 시작한 그녀. 곧 그것이 거대 자본과 공장, 화학물질 유출과 피해자가 얽힌 엄청난 사건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실화의 주인공 에린은 환경오염과 관련된 소송을 담당하며 그녀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법률전문가도 아니었던 에린이 대기업을 상대로 바닥부터 맹렬히 싸워나가는 걸 보면서 자세를 고쳐 잡고 복근에 힘을 꽉 주며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제발 그녀가 승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했습니다.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러닝타임 : 2시간 12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 미셸 딘"넌 너무 머리가 좋아서 탈이야."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소개하며 뉴스레터를 마칠까 해요. 글 쓰는 여성들, 그중에서도 특히 190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여성 작가들에 대한 책입니다. 여성 작가의 이름이 아닌 성 만으로 목차를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끌었어요. 남성 작가는 헤밍웨이, 포크너처럼 성만 불러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여성 작가는 성만으로 호명하는 것이 무척 낯설더라고요.
파커, 아렌트, 손택, 디디언 등 모두 12명의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촘촘하게 짚어봅니다. 책의 원제는 "Sharp"인데 한국어판 제목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표지 사진은 조앤 디디온의 2006년 모습으로 작품 『상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직후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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