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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70. 외로울 때면 탱고를 춰금요알람 2022. 12. 16. 09:00
#시카고 #물랑루즈 #렌트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창밖으로 하얗게 변한 거리를 내다보고 있자니 새삼 겨울이 실감 나네요. 크리스마스도 다음 주로 다가왔고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소한 이벤트가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것 같습니다.
금요알람도 시즌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어요. 뮤지컬 영화로 화려하게 엔딩을 장식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뮤지컬 영화도 분위기나 연출, 주제에 따라 그 안에서 여러 장르로 나뉘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본 뮤지컬 영화 중 탱고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세 편을 골라 왔습니다.
시카고 (2002)
"Pop, Six, Squish, Uh-uh, Cicero, Lipschitz"
- Cell block tango 중에서
영화 『시카고』는 "역대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는 광고 문구가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재즈와 쇼 비즈니스, 살인 사건과 언론플레이를 버무려 퇴폐적이고 매혹적인 도시 시카고와 그곳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욕망을 화려하게 그려냈어요.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되길 꿈꾸지만 현실은 그저 보잘것없는 가수 지망생일 뿐입니다. 어느 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교도소에 수감되죠. 그리고 그곳에서 록시 보다 먼저 살인 혐의로 수감된 시카고 나이트클럽의 스타, 벨마 켈리(케서린 제타 존스)를 만납니다.
벨마는 무죄 석방을 위해 거액을 주고 변호사 빌리 플린(리차드 기어)을 고용한 상태. 의뢰인이 유리한 쪽으로 언론을 주무르는데 도가 튼 변호사인 빌리를 본 록시는 자신도 그의 도움을 받으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록시도 록시지만, 검은 단발머리를 흩날리며 춤과 노래를 선보인 벨마 역의 케서린 제타 존스가 오래도록 기억이 남았습니다. 최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에서 웬즈데이의 엄마 모티시아 아담스 역할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어 무척 반가웠어요.
감독 : 롭 마샬
러닝타임: 1시간 53분
Watch on Watcha, Netflix, Tiving & Wavve물랑루즈 (2001)
"Roxanne
You don't have to put on the red light"
- El Tango de Roxanne
1899년 파리 최고의 카바레 물랑루즈와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가수 샤틴(니콜 키드먼)과 가난한 시인 크리스티앙(이안 맥그리거)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담았습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019년 뮤지컬로 제작되어 브로드웨이에 올려지기도 했지요. 영화 『물랑루즈』가 만들어진 지 이십 년이 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 기억 속의 니콜 키드먼과 이안 맥그리거는 여전히 이때에 머물러 있는데 말이에요.
영화를 위해 작곡된 노래도 있지만 본디 유명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이야기에 맞게 편곡한 곡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더 폴리스의 노래 "Roxanne"가 있는데요 탱고 음악을 더해서 격정적인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여러 배우들이 탱고를 군무처럼 추던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지요. 스팅이 부른 "Roxanne"도 좋지만 저는 이 영화에 나온 버전이 먼저 생각납니다.
감독 : 바즈 루어만
러닝타임 : 2시간 5분
Stream on Disney+렌트 (2005)
"She cheated, She cheated
Maureen cheated, Fucking cheated
I'm defeated, I should give up right now"
- Tango: Maureen
에이즈와 매춘, 마약의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90년대 뉴욕 슬럼가의 젊은이들. 안전히 머무를 곳을 위해 살인적인 집세(렌트)를 감당해야 하는 팍팍한 삶과 그 와중에도 꿈과 희망, 사랑과 우정을 잃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탱고: 모린"은 모린(이디나 멘젤)의 전 애인이었던 마크(안소니 랩)와 조앤(트레이시 톰스)이 함께 탱고를 추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영화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조너선 라슨이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페라 "라 보엠"을 90년대 뉴욕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옮겨 왔어요. 안타깝게도 라슨은 공연 개막 하루 전에 뇌출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함께 공연을 준비했던 배우들은 충격에 빠졌죠.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강행했고 공연은 무척이나 성공적이었습니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이 이어졌으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지는 송스루 뮤지컬인 만큼 뮤지컬 넘버도 42개나 됩니다. 그중 "오십 이만 오천 육백분"의 일 년을, 결국 사랑으로 세는 건 어떠냐 묻는 노래 "Seasons of love"가 가장 유명한 것 같아요.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러닝타임 : 2시간 14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피아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 - 클라라 주미 강 & 세종 솔로이스트
피아졸라가 노래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겨울을 띄우며 금요알람 이번 시즌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비발디의 사계처럼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도 네 계절을 모두 담고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여름부터 시작합니다. 남반구에 있는 아르헨티나는 여름으로 한 해를 시작하기 때문일까요?
아름다운 탱고 선율과 함께 따뜻한 겨울날 되시길 바랍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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