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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77. 너의 이름은 삼음절금요알람 2023. 4. 21. 09:00
#리플리 #미저리 #싸이코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존 윅 4』를 보고 왔습니다. 저는 4월이면 종종 원인 모를 우울감에 젖곤 하는데요, 그럴 때 액션 영화만 한 치료제가 없죠. 세 시간 여 동안 정신없이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를 보고 있노라니 꿉꿉하게 젖어있던 마음이 바싹 마르는 것 같았습니다.
원체 등장인물들이 과묵한 영화였습니다만 "조나단", "윈스턴" 이렇게 삼음절로 끊어지는 이름을 서로 부르는 장면에 조금 뭉클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삼음절의 이름으로 영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들로 모아 왔습니다.
리플리 (199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리플리』. 사실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1960년에도 르네 클레망 감독이 영화로 만든 적이 있는데요,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배우 알랭 들롱이 리플리 역을 맡았습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영화에서는 배우 맷 데이먼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던 리플리는 우연히 부호 그린리프를 만나고 그의 부탁으로 이탈리아로 가게 됩니다. 흥청망청 거리며 지내고 있는 아들 디키 그린리프를 미국으로 돌려보내기만 한다면 큰돈을 주겠다는 조건이었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덥석 제안을 수락한 리플리. 디키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그는 디키가 누린 모든 것에 점점 빠져들고 맙니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이 내 것이면 좋겠어.
타인의 삶을 선망하고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점에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리플리』는 그보다는 좀 더 어둡고 서스펜스가 영화 전반에 짙게 흐릅니다.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법이 될 것 같아요.
감독 : 앤서니 밍겔리
러닝타임: 2시간 19분
Watch on 왓챠 & 티빙미저리 (1990)
몇 해 전 언젠가 "그 사람 완전 미저리!"라는 표현을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어요. 소름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상대라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는 걸 극적으로 한 표현이죠. 여기서 "미저리"는 스티븐 킹은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미저리』에서 따온 것이었는데요,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 "미저리"라는 사람이 영화 포스터에 등장한 여성의 이름일 거라고 영영 생각했을 텝니다.
여기서 반전. 그녀의 이름은 "애니(케시 베이츠)". 그녀가 무척이나 사랑한 소설 시리즈의 여주인공 이름이 "미저리"이지요. 영화는 그 소설 시리즈를 쓴 소설가 폴(제임스 칸)과 애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 써 온 소설을 완결하고 휴가를 떠난 폴. 그러나 뜻밖의 눈보라를 만나 산중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간호사 애니가 때마침 그를 구해내면서 둘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됩니다. 광기의 여인 애니를 연기한 배우 케시 베이츠가 아주 인상적인데요, 그녀가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에게 턱시도를 빌려주었던 인자한 아주머니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독 : 롭 라이너
러닝타임 : 1시간 44분
Stream on 왓챠싸이코 (1960)
로버트 블록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빚어낸 스릴러 영화 『싸이코』. 영화 시작부터 계속해서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뉘앙스를 풍겨서 별것 아닌 장면에서도 온몸을 긴장하고 말아요. 주인공이 전화를 받거나 차를 운전하는 장면에서도 자꾸만 조마조마해집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서스펜스의 장인"이라 부르는지 십분 이해가 갔어요.
비서로 일하는 마리온(자넷 리)은 애인을 위해 회사 돈을 훔쳐 몰래 달아납니다. 그러던 중 도로변의 한 낡은 모텔에서 머무르게 되죠. 모텔의 주인은 노먼 베이츠(안소니 퍼킨스)라는 이름의 젊은 남자로 빗길을 뚫고 모텔을 찾은 그녀를 친절하게 맞이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건너편 저택에서 살고 있다고 하네요. 예상하지 못했던 환대에 초조했던 마음이 풀어진 마리온. 그런 그녀에게 뜻밖의 사건이 닥쳐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됩니다. 아주 천천히 긴장감이 고조되어서 반대편이 낭떠러지인 산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신경을 긁는 듯한 현악기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그 유명한 샤워실 장면은 영화의 중반부입니다. 워낙 전설적인 영화라 미국에서 드라마 시리즈 『베이츠 모텔』로 제작되기도 했어요. 여기서 노먼 베이츠는 갓 아역배우를 벗어난 프레디 하이모어가 연기했습니다.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러닝타임 : 1시간 49분
Stream on 왓챠 & 웨이브
덧붙이는 이야기
소설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오늘 소개드린 영화는 세 편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했네요. 지금 소개하는 소설 『롤리타』도 1962년과 1997년, 이렇게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1962년 영화는 소설의 원작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각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의 도입부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는 너무나도 유명하죠. 어린 소녀 돌로레스를 향한 37살의 남성 험버트 험버트의 일방적이고 일그러진 사랑과 비뚤어진 집착이 일인칭 화자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 출신이나 영어로 이 소설을 썼어요. 그는 러시아어와 프랑스어, 영어에 모두 능통했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도 어렵기만 한데 말이에요... 이번 주말에는 나보코프가 쓴 러시아 문학 강의를 읽으며 그의 문장에 기대어 볼까 합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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