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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53. 영화가 말하는 영화금요알람 2022. 6. 17. 09:00
#찬실이는 복도 많지 #휴고 #시네마 천국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이번 주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메말랐던 땅이 촉촉해지고 나무의 푸르름도 더욱 짙어졌어요.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조금 어두운 날은 영화를 보기에 참 적당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영화가 말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들. 함께 만나보실까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골목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여성. 왠지 "우리 찬실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찬실 씨(강말금)는 적지 않은 나이에 갑자기 백수가 되었습니다. 영화 프로듀서로 평생 지 감독과 영화를 만들며 살거라 생각했건만, 갑자기 지 감독이 사망하면서 그녀의 역할도 사라지고 만 것이죠.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일도 없고. 완전 망했습니다. 하지만 찬실이는 꿋꿋합니다. 용달차도 부르지 못해 고무 대야에 짐을 담아 산동네로 이사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친하게 지내던 배우 소피(윤승아)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도 어딘지 그녀에게서는 긍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밝고, 맑아요. 전부인 줄 알았던 영화 일을 그만두고 나니 그동안 없었던 복이 한꺼번에 굴러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천연덕스러움에 얼마나 깔깔거리며 웃었는지 몰라요. 장국영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흰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찬실이에게 말을 건네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한다는 심남의 말에 소스라치고, 찬실이가 담당했던 지 감독의 영화가 사실 싫었다는 아버지의 내레이션이 담담하게 흐릅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납득시키는 데 강말금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집주인 할머니로 등장한 윤여정 배우의 목소리도 봄날 햇살처럼 따스합니다.
감독 : 김초희
러닝타임 : 1시간 36분
Stream on Netflix휴고 (2011)
째깍째깍.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눈송이가 날리는 겨울날의 파리 전경으로 영화는 문을 엽니다. 멀리 에펠탑이 보이고 역에는 증기기관차가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을 실어 나릅니다.
기차역의 커다란 시계탑 숫자 너머로 한 소년이 보입니다. 그의 이름은 휴고(에이사 버터필드). 복잡한 기차역과 시계탑 구석구석을 아주 잘 아는 것 같네요. 마치 이곳에서 살기라도 하는 듯 말이지요. 시계탑 뒤에 숨어 휴고는 조르주(벤 킹슬리)가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에서 무언가를 찾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라는 사실이 선뜻 납득되지 않았어요. 스콜세지 감독이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영화들과는 결이 굉장히 다르지요. 그의 영화는 굉장히 냉소적이고 종종 유혈이 낭자하며 주로 성인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반면 『휴고』는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픽사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줍니다.
가족 영화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활동사진을 영화라는 예술로 끌어올렸다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평생 영화를 만들어 온 노장 감독이 영화라는 매체에게 바치는 경외이자 송가가 아닐까 싶어요.
감독 : 마틴 스콜세지
러닝타임 : 2시간 5분
Stream on Watcha
시네마 천국 (1988)구독자 님은 필름 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영화관에서는 영사기로 필름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중학생 즈음부터 영화관에서 디지털 영화와 필름 영화를 함께 상영하다 점점 디지털 상영관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필름 영화 상영관은 실제로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객석 뒤쪽에서 탈탈탈 들리곤 했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아직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이 배경입니다. 시칠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영사 기사로 일하는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와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무척이나 사랑한 토토(소년: 살바토레 카시오, 청년: 마르코 레오나르디, 중년: 자크 페렝)의 이야기예요.
영화의 제목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은 알프레도가 일하는 동네 영화관의 이름입니다. 알프레도는 그 영화관에서 영사기를 운영하고 필름을 관리합니다. 마을 신부님의 지시로 영화에 나오는 모든 키스 신을 잘라내기도 하고요. 토토는 그런 알프레도 옆에서 조각난 필름을 얻어오기도 하고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우기도 합니다.
영화의 테마 음악도 무척 유명하죠. 저는 이 멜로디를 들으면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엔니오 모리꼬네와 그의 아들 안드레아 모리꼬네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감독 : 쥬세페 토르나토레
러닝타임 : 2시간 4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 듀나, 제우미디어"개는 죽지 않는다"라던가 "할 말 다 하고 죽는다" 같은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았던 온갖 클리셰 모음집입니다. 영화 평론가이자 SF 소설가인 듀나가 클리셰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어요. 너무 많이 쓰여서 개그의 소재로 쓰이는 것부터 이런 것도 클리셰였구나 싶은 것까지 아주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클리셰를 소개하면서 영화의 장면들을 함께 묘사하는데 알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 즐겁고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얼른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곽재식 작가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는데 아주 명문입니다.
"웃음에 자지러지며 끝없이 읽게 되면서도, 돌아볼수록 심오하고 감동적이다."이 책의 2편 격으로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도 있다네요. 조만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다음 주면 금요알람 세 번째 시즌이 마무리됩니다. 마지막 편지도 님과 나누고픈 영화를 가득 담아 오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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