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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50.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따스함금요알람 2022. 5. 27. 09:00
#셰이프 오브 워터 #대니쉬 걸 #셰이프 오브 뮤직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매실이 싱그러운 녹색으로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5월도 끝자락이고요. 이번 금요알람은 조니 그린우드, 방준석에 이어 세 번째 음악감독 특집으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참여한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중에 좋아하는 영화가 정말 많아서 무엇을 소개하면 좋을까 한참 고민했어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
아직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나오며 느꼈던 감정이 생생합니다. 마음이 커스터드 크림처럼 몽골 몽골 해져서 사랑에 풍덩 빠지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개봉한 지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 어느 OTT에도 올라오지 않더니 몇 달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 배급사가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였더라고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미 항공우주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록 언어장애가 있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와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씨를 가진 엘라이자는 든든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함께 서로 믿고 의지하며 소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때는 소련과 우주를 놓고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1960년대. 그녀가 담당한 실험실에 괴생명체가 들어옵니다. 영화 포스터 왼쪽에 보이는 바로 그 생명체 말이지요. 수조에 갇혀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본 엘라이자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 그에게 다가갑니다.
괴생명체 어인을 연기한 배우 더그 존스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될 만큼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정작 배우의 맨얼굴이 나온 적이 없어 대중적인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아요. 저는 판의 미로에서 그가 연기한 판과 창백한 남자 캐릭터가 아주,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몽환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이 드는 따스한 음악을 영화 내내 풀어놓았어요. 특히, 르네 플레밍이 노래한 "You'll never know"가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이 영화 음악은 아카데미 등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러닝타임 : 2시간 3분
Stream on Disney+대니쉬 걸 (2015)
여자의 모습을 한 에디 레드메인의 포스터가 강렬했던 영화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던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에디 레드메인이 에이나르 베게너, 그러니까 릴리 엘베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베게너의 아내였던 게르다를 연기했습니다. 둘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가 영화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릴리보다 게르다의 마음을 더 많이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던 여장이, 남편 베게너의 마음을 흔들었고, 한때 사랑했던 남자가 점점 여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게르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톰 후퍼 감독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킹스 스피치』도 언젠가 소개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예요.) 커다란 결심과 변화를 함께 해쳐 나가는 릴리와 게르다의 심리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 덕분에 더욱 절절히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감독 : 톰 후퍼
러닝타임 : 1시간 59분
Stream on Watcha & Netflix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2018)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와 그의 영화 음악을 좀 더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거든요.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어떤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지 알 수 있어요.
원제는 "Alexandre Desplat à notre portée". 번역하면 "우리의 손이 닿는 그곳에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정도가 될까요? 한국어판 영화 제목은 아마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따온 것이겠지요. 원제의 느낌은 사라졌지만 그 나름대로 영화와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이분도 정말 소처럼 일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절대적으로 많은 작업량이 꼭 필요한가 봐요. 자신의 개성보다 감독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에서 영화는 여러 사람의 협동 작업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그런 모습 덕분에 유명 감독들이 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고 한번 작업했던 감독이 다시 그를 찾게 되는 거겠죠.
감독 : 파스칼레 쿠에노트
러닝타임 : 1시간 4분
Stream on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OST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시즌 발행한 금요알람에서 감독 특집으로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다룬 세 편의 영화 모두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을 맡았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아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OST일 것 같아요. 한번 들으면 쉬이 잊히지 않는 뚱가 뚱가 하는 리듬과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광고 음악이나 예능 방송의 배경 음악으로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이밖에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참여한 영화가 정말 많습니다. 금요알람에서 소개한 작품 중에는 『작은 아씨들』과 『킹메이커』, 『서프레제트』, 『이미테이션 게임』이 있고요. 남은 영화들은 앞으로 발행할 금요알람에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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