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금요알람 14. 시간을 뛰어 넘어 하나의 이야기로
    금요알람 2021. 8. 26. 18:03

    #레드 바이올린 #디아워스 #와이 우먼 킬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옴니버스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예전에 소개드린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레스"도 옴니버스 영화였죠. 

     

    잘 만든 옴니버스 영화는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로우면서도 서로가 유기적으로 얽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관련 없어 보였던 여러 이야기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중첩되는 걸 볼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전율이 일어나는 건 저뿐만은 아닐 거예요.


    레드 바이올린 (1998) 

    "마님은 부유하게 천수를 누리시겠어요. 그전에 여행 운이 있군요. 아주 긴 여행."

     

    바이올린 장인 부조티(카를로 세치 분)는 아내 안나의 출산을 고대하며 태어날 아이를 위한 바이올린을 만듭니다. 이번 악기야 말로 그의 인생을 건 궁극의 작품이며 자신의 아들은 유명한 음악가가 될 거라고 출산으로 불안해하는 아내를 달래죠. 하지만 아내와 아이는 출산 중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깊은 절망 속에서 부조티가 끝끝내 완성한 바이올린은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99년 몬트리올의 한 경매장에 이릅니다.

     

    영화는 바이올린의 시선으로 4세기에 걸친 여정을 따라갑니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 빈, 영국 옥스퍼드, 중국 상해를 거쳐 캐나다 몬트리올까지 이르는 긴 여행이지요. 바이올린 감정가 모리츠(사무엘 잭슨 분)가 레드 바이올린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길어 올릴지 궁금해지네요.

     

    바이올린이 주인공인만큼 영화 내내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존 코릴리아노가 작곡을, 미국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연주를 맡았어요. 72회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로 수상했습니다. 

     

    감독 : 프랑소와 지라르

    러닝타임 : 2시간 11분

    Stream on Watcha

     

    디아워스 (2002)

    "댈러웨이 부인은 손수 꽃을 사 오겠다고 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입니다. 소설은 이 문장을 시작으로 클래리사 댈러웨이가 저녁에 있을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를 묘사하지요. 

     

    영화 "디아워스"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으로 이어진 세 여성의 하루를 그립니다. <댈러웨이 부인>을 쓰는 중인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만 분),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남편을 기다리는 로라(줄리아 무어 분), 그리고 소설의 시작처럼 파티를 위해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외치는 클래리사(메릴 스트립 분)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합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로 대중에게 알려진 스티븐 달드리가 이 영화의 감독인데요,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인 <디아워스>를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묘사로 스크린에 옮깁니다. 감독은 이 영화로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죠. OST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필립 글래스가 영화의 OST를 맡았는데요 영화 내내 깔리는 글래스의 음악이 이 영화의 정서를 한층 증폭시킵니다. 전 이 OST 앨범을 좋아해서 음악만 따로 종종 듣곤 해요. 조금 흐린 날이면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고 책을 읽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야겠어요. 

     

    감독 : 스티븐 달드리

    러닝타임 : 1시간 54분

    Stream on Watcha

     

    와이 우먼 킬 (2019)

    "하나님께서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하나님 아내께서는 이해해주시겠죠."  

     

    이것은 한 저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이 저택에 살았던 세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1963년, 자신의 실수로 하나뿐인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걸 빼면 완벽한 가정주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인 베스(지니퍼 굿윈 분). 1984년, 화려한 패션 감각과 미감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며 활달한 성격으로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시몬(루시 리우 분). 2019년, 남편과의 합의 하에 다자 연애를 영유하며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성공한 페미니스트 변호사 테일러(커비 하웰-밥티스트 분). 20여 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그녀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는 바로 그들의 남편인데요, "살인이 이혼보다 싸다"라는 카피 문구를 보면 그녀들이 골칫거리 남편을 얌전히 두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삶에 스릴러적 요소를 훌륭하게 버무려냈던 마크 체리가 각본을 쓰고 영화 "500일의 썸머"의 감독 마크 웹이 연출에 참여했습니다. 어떤 느낌의 드라마일지 감이 오시나요?  7월에 시즌2가 왓챠에서 공개된다고 하니까요 그전에 시즌1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세 명의 캐릭터 모두가 개성과 매력이 넘치고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감독 : 마크 체리

    러닝타임 : 에피소드 10개

    Stream on Watcha


    따로, 또 같이 동일한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과 저의 일상이 어쩌면 하나의 옴니버스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옴니버스 영화가 언제나 충만하길 바라요.

     

     

    돌아오는 금요일에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금요알람 구독하기 📬

     

    뉴스레터 발행일: 2021. 07. 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