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금요알람 15. 찰나를 영원으로 담는 법
    금요알람 2021. 8. 26. 18:07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주말 '라이프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라이프'는 1936년에 창간한 사진 전문 잡지죠. 시가를 문 처칠 수상,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걸 기뻐하며 키스하는 남녀 같은 사진이 라이프 매거진에 실렸습니다. 

     

    온라인이나 책으로 익숙하게 접했던 이미지를 방문만 한 대형 액자 속 사진으로 접하는 일은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걸어 나와 말을 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이의 마음이 이럴진대, 그 순간을 직접 경험했던 사진작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여기, 사진작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13) 

    "모순적이다(Paradoxical). 대담하다(Bold). 신비롭다(Mysterious). 유별나다(Eccentric). 비밀스럽다(Private)."

     

    2007년, 존 말루프는 집 근처 경매장에서 네거티브 필름 한 상자를 구매합니다. 역사책을 쓰는 중이었는데 시카고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이 필요했거든요. 구매한 필름을 책에 쓰지는 못했지만 존 말루프는 필름 속 사진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위 '물건'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죠. 그래서 그는 필름의 주인이 '비비안 마이어'라는 단서 하나로 추적을 시작합니다.

     

    영화는 말루프가 처음으로 필름 상자를 만난 순간부터 무명의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발굴해 세상에 선보이고 비밀로 둘러싸인 그의 삶을 밝히는 과정 전체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하죠. 살아생전 마이어를 알았던 여러 사람의 증언과 그가 남긴 수많은 사진과 영상, 글이 퍼즐 조각처럼 모여 비비안 마이어를 지금 이곳으로 불러냅니다.

     

    이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말루프는 마이어가 주류 사진작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 마이어는 훌륭한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졌지요. 얼마 전 타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에 마이어는 기억해야 할 여성 예술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감독 :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

    러닝타임 : 1시간 24분

    Stream on Watcha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2014)

    "나는 살가두에 대해 한 가지 확신을 가졌다. 그는 사람을 아낀다는 것. 나에겐 그 사실이 중요했다. 결국 세상의 소금은 사람이기에."

     

    영화는 브라질의 금광 세라 펠라다의 사진을 화면 가득 채우면서 시작합니다. 개미떼처럼 금광을 가득 채운 수만 명의 사람들. 노예는 단 한 명도 없지만 모두가 노예처럼 일하게 되고 만다는 그곳의 사진 위에 한 남자의 얼굴이 포개어집니다. 브라질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그 사진을 찍을 당시를 회상하며 사진과 사진작가,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살가두는 평생에 걸쳐 '아메리카', '기아', '노동자', '엑소더스', '제네시스'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영화는 각각의 프로젝트를 시간 순으로 되짚고, 살가두는 각 사진을 찍었던 때를 회고하며 그가 처음 사진을 찍게된 경위와 각각의 사진을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말합니다. 

     

    영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과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감독 빔 벤더스와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아들 훌리아노 살가두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사회 고발적인 성격의 사진을 찍던 살가두가 어떻게 자연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 무슨 마음으로 민둥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지, 왜 마지막 프로젝트로 태곳적 모습을 간직한 자연을 찍게 되었는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감독 : 빔 벤더스, 훌리아노 살가두

    러닝타임 : 1시간 50분

    Stream on Watcha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2017)

    "편지를 쓰게 너의 펜을 빌려줘. 기억해 줘서 고마워. "

     

    33살의 사진작가 JR은 어느 날 88살의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를 찾아갑니다.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요. 뒤이어 바르다가 JR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그렇게 둘은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합니다. 커다란 출력기가 담긴 포토트럭을 타고 프랑스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말이지요.

     

    둘은 포토트럭이 멈춘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찍고 그들의 사진을 거대하게 인쇄해서 붙입니다. 시골마을과 해변, 때로는 폐광이나 공장을 찾기도 하지요. 바르다와 JR의 포토트럭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을과 일터가 스스로의 사진으로 특별하게 변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합니다. 


    바르다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이끌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이고 JR은 아주아주 크게 인쇄한 이미지를 붙여서 평범한 장소를 낯선 곳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 사진작가입니다. 둘은 반세기가 넘는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찰떡같은 호흡으로 작업을 이어가죠. 유별나게 큰 사진만큼이나 유쾌함이 가득한 바르다와 JR 콤비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참 몽골몽골 해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귀엽고 멋진 할머니가 되어야겠다고 얼마나 많이 다짐했는지 몰라요. 

     

    감독 : 아녜스 바르다, JR

    러닝타임 : 1시간 34분

    Stream onNetflix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진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익숙해지면 그 가치를 곧잘 잊어버리곤 하는데요,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진작가의 삶을 통해 사진이 가진 힘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금요알람 구독하기 📬

     

    뉴스레터 발행일: 2021. 07. 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