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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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5. 지루하고 아름다운금요알람 2021. 10. 15. 08:00
#토리노의 말 #영원과 하루 #솔라리스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주기적으로 넷플릭스나 왓챠의 스트리밍 서비스 종료 예정작을 찾아봅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영화를 얼른 챙겨 보려고요. 며칠 전에 그 리스트에서 한 영화 제목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가 디스토피아였으니까 이번엔 뭔가 가볍고 상큼한 걸 고르려 한 원래 계획은 잠시 미루었어요. 이번 주에 소개하는 영화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롱테이크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것도 한 테이크 안에 공간의 이동이 거의 없는 아주 아주 정적인 롱테이크지요. 주말 오후, 끝없이 이어지는 롱테이크를 보다 꾸벅꾸벅 졸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고백하자면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그 지루함을 살짝 비껴가면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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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4. 디스토피아에서 희망은금요알람 2021. 10. 8. 08:00
#블레이드 러너 #브라질 #가타카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이번 주는 구독자 리퀘스트 특집입니다. '디스토피아' 영화를 골라 달라고 하셨어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제가 그동안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뭉뚱그려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덕분에 그 둘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으로 극도로 부정적인 세계를 말합니다. 주로 기술은 극도로 발달했지만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형태로 묘사되지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핵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문명사회가 완전히 몰락한 이후를 말합니다. 자원도 사라지고 무정부 상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려요.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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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3. 오징어 게임 다시보기금요알람 2021. 10. 1. 08:00
#아이즈 와이드 셧 #킬링 디어 #로스트 인 더스트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연일 화제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요즘 오징어 게임 없이는 대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 이런저런 패러디와 복선 찾기, 다음 시즌 예상하기 같은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저는 오징어 게임이 "어디서 한 번은 본 듯 하지만 막상 찾으려면 똑같은 건 없는" 클리셰를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로 느껴졌어요. 이번 금요알람에서는 오징어 게임 없는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배틀로얄'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처럼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회자되는 서바이벌 물을 제외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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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2.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금요알람 2021. 9. 24. 12:00
#바베트의 만찬 #카모메 식당 #런치박스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추석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 많이 드셨나요? 경상도에서는 군소(경상도 사투리로 군수)를 산적으로 만들어서 제사상에 올립니다. 소고기, 어묵, 군수가 산적 삼종 세트를 이루지요. 그중에서도 군수는 쫄깃쫄깃한 식감에 씹을 때마다 간장 양념이 배여 나와 특히 맛있답니다. 인기리에 방영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낚시로 군수를 잡아올리는 걸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생각보다 군수를 아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 놀랐어요. 구독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추석 명절 음식은 무엇인가요? 지난 추석을 배부르게 했던 맛난 음식을 떠올리며 이번 주는 함께 밥먹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골랐습니다. 바베트의 만찬 (1987) "외딴 마을에 나이 지긋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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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1. 알모도바르의 빨강금요알람 2021. 9. 17. 12:00
#귀향 #브로큰 임브레이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Querido/Querida Reader: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구독자님은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있나요? 저는 종종 그러곤 합니다. 어느 날 인테리어 소품을 골라 잔뜩 담아둔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죄다 빨강이더라고요. 그때서야 "아,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달았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감독도 그랬습니다. 강렬한 붉은색을 곁들여 파격적인 소재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감독의 솜씨에 푹 빠져서 하나, 둘 챙겨보다 보니 어느새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를 보고 말았어요. 구독자님도 추석 연휴 동안 알모도바르의 빨강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귀향 (2006) "하얗게 바랜 시간에 이마는 주름지고 머리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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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19. 여름 끝자락에 기대어 서서금요알람 2021. 9. 3. 20:01
#최악의 하루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이 더위가 언제 끝나나 싶다가도 막상 바람의 온도가 낮아지기 시작하면 마음 어딘가가 알싸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한동안 어떤 문장이든 끝에 "여름이었다."를 붙여 감성 문구를 만들어보는 놀이가 유행이었지요.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아련함과 그리움의 정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기대어 서서 지난여름을 되돌아봅니다. 나무의 녹음이 짙어지듯 나도 이만큼 자랐구나 싶어요. 구독자님도 한 계절을 무사히 살아낸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여주세요. 최악의 하루 (2016) "진짜라는 게 뭘까요? 전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일본인 료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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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다시 시작합니다금요알람 2021. 8. 27. 19:2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뵙는 금요알람 큐레이터Q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모쪼록 건강하고 무탈하셨길 바랍니다. 저는 다행히도 평안하고 건강했습니다. 하루는 긴데 한 달은 참 짧네요. 벌써 다음 주면 9월입니다. 쉬면서 곳간 가득 채워 돌아오겠노라 호기롭게 큰소리를 빵빵 쳤건만! 남들 다 볼 때 안 본 마블 영화를 뒤늦게 보느라 바빴습니다. 저는 토르가 제일 좋았어요. 무모하게 자신감 넘치는 토르, 어벙하게 웃는 토르, 로키한테 놀림받는 토르, 각성하여 천둥을 쩌렁쩌렁 내리는 토르, 뚱토르... 당신의 최애 마블 캐릭터도 궁금합니다. 다정한 구독자님께 몇 가지 알릴 소식이 있습니다. 금요알람은 넉 달 동안 발행하고 두 달 쉽니다. 앞으로도 이 패턴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전 금요알람이라는 매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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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18. 어른도 방학이 필요해금요알람 2021. 8. 26. 18:20
#로마의 휴일 #리틀 포레스트 #데몰리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계절은 흘러,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지난 주만 해도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나 싶었는데 말이에요. 저와는 무관하게 흐르는 시간이 무심하고 고맙습니다. 타는 듯한 더위도, 지겨운 코로나도 언젠가 끝이 나겠지요. 그래도 지난한 시간을 버티어 내려면 잠시 일상을 멈추고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른도 방학이 필요해요. 로마의 휴일 (1953)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요" 제가 다니던 중학교의 교감 선생님은 종종 학교 방송실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셨어요. 행사 앞뒤로 자투리 시간이 있을 때를 이용해서요. 항상 뒷 이야기가 궁금할 때 즈음 영화를 중단해 버려서 교실 가득 아이들의 원성 소리가 울려 퍼지곤 했지요.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