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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56. 달빛 아래에 춤추며금요알람 2022. 9. 9. 08:00
#라루나 #더문 #문나이트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디에서 이 편지를 읽는 중이신가요? 어디에 있든 구독자님이 푸근하게 환대받고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추석은 날씨가 맑아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달도 보고, 추천하는 영화도 보면서 평안한 연휴를 보내시길! 이번 주의 테마는 '달'입니다.
달 (2011)
단편 애니메이션을 볼 기회가 잘 없는데 디즈니플러스에 다양한 작품이 올라와 있어 종종 찾아보곤 합니다. 이 단편을 발견하고 언젠가 달에 대한 영화를 고른다면 이 영화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린코 카사로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달(La luna)』입니다.
달에는 토끼가 살면서 방아를 찧고 있는 줄 알았는데 토끼는 없고 세 가족이 달을 가꾸고 있네요. 소년과 아마도 소년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로 보이는 세 사람이 달에 가서 청소도 하고 단장도 합니다. 은은하게 빛나는 영상과 달그락 거리며 별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름다웠습니다. 7분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어요. 대사 없이 세 사람의 행동과 소리로만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보는 내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으니까요, 잠시 쉬어간다는 기분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보름달을 볼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릴지도 몰라요. 에린코 카사로사 감독은 2022년 장편 애니메이션 『루카』를 선보였습니다. 저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네요.
감독 : 에린코 카사로사
러닝타임 : 7분
Stream on Disney+더 문 (2009)
이번에는 진짜 달로 가볼까요?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언젠가, 달 기지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입니다.
샘 벨(샘 락웰)은 달의 자원 채굴 기지에서 3년째 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통신위성이 고장 나는 바람에 외부와 연락도 끊어졌어요. 그의 유일한 말동무는 인공지능 거티(케빈 스페이시)뿐이고 이따금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영상을 돌려 보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2주 뒤면 집에 돌아가거든요.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SF 영화를 이렇게 단출하게 찍을 수도 있다는 게 좀 충격적이었어요. 세트도 달 기지와 외부 달 환경으로 한정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등장하는 배우는 샘 역할의 배우 샘 락웰뿐입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인공지능의 목소리로만 등장해요. 그런데도 이렇게 풍부한 이야기와 스릴러적인 느낌까지 낼 수 있다니! 재미있는 SF에 꼭 방대한 세계관과 압도적인 규모가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영화에 한글이 자주 등장합니다. 달 기지의 이름도 '사랑(SARANG)'이에요. 던칸 존스 감독이 박찬욱 감독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설정했다고 하네요.
감독 : 던칸 존스
러닝타임 : 1시간 37분
Stream on Watcha문나이트 (2022)
모처럼 연휴니깐 드라마 시리즈 한 편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멋지게 망토를 휘날리며, 때로는 슈트 차림으로 달빛 아래를 달리던 히어로 『문나이트』를 만나보는 것도요.
스티븐 그랜트(오스카 아이작)는 런던의 박물관에서 기념품점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딘지 좀 어설프고 소심한 면도 있지만 고대 이집트와 관련한 거라면 어느 전문가 못지않죠. 가끔 기억이 끊기고, 상사에게 핀잔받는 게 일상이고, 유일한 전화 상대는 엄마뿐이지만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았습니다. 자신에게 마크 스펙터라는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요. 그리고 그 자아는 엄청난 과거와 무자비한 살상 능력을 가진 용병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결혼까지 했더군요.
마블 스튜디오의 세계관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기존 작품을 보지 않고는 새 작품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졌어요. 하지만 『문나이트』는 기존 작품과 눈에 띄는 연결고리 없이 오롯이 독립적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스카 아이작이 여러 자아를 넘나들며 펼치는 연기도, 에단 호크의 악역 연기도 모두 인상적이었어요.
감독 : 모하메드 디아브, 저스틴 벤슨, 아론 무어헤드
에피소드 6개
Stream on Disney+
덧붙이는 이야기
Dancing in the moonlight (2000)
- Toploader마지막으로 노래 하나를 덧붙입니다. 영국 밴드 탑로더(Toploader)의 노래 "Dancing in the moonlight"인데요, 1970년 셔먼 켈리(Sherman Kelly)가 그의 밴드 보파롱고(Boffalongo)와 발표한 노래를 리메이크했어요.
상큼한 멜로디와 발랄한 가사가 어우러져 듣고 있으면 비타민을 먹은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집니다.우리 모두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어요. 다툼도, 해침도 모두 내려두고 함께 춤을 추어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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