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금요알람 57. 당신을 찾아 나서는 바람에
    금요알람 2022. 9. 16. 08:00

     #니모를 찾아서 #서칭 포 슈가맨 #파인딩 포레스터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연휴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보다 더 바빴다와 모처럼 푹 쉬었다로 갈리더라고요. 구독자 님은 어떠셨나요?

    떠들썩했던, 혹은 차분했던 연휴를 보내고 나니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머리카락을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한동안 잊고 지내던 이가 떠오르기도 하죠. 이번 주는 각자 자신에게 소중했던, 그리고 여전히 소중한 누군가를 찾아 나선 이야기를 모아왔습니다.


    니모를 찾아서 (2003)

    흰동가리 또는 광대어로 불리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주황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무척 아름다워서 한번 보면 쉬이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물고기죠. 사실 본명보다 별명이 조금 더 유명한 것 같아요. 니모. 많은 사람들이 이 물고기를 니모라고 부릅니다. 지금 소개할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니모의 아빠 말린은 홀로 니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니모가 부화하기 전 상어의 습격으로 아내도 니모의 다른 모든 형제도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말린에게 니모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 할 존재입니다. 니모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 말린은 안절부절입니다. 혹시라도 니모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인데 니모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일에 신나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말린은 니모를 찾아 나서게 된 걸까요?

    오랜만에 『니모를 찾아서』를 다시 봤는데 기억보다 도입부가 훨씬 공포스러워서 놀랐습니다. 바다뷰라던가 집의 크기를 논하는 말린과 코랄 부부의 모습이 현실 부부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했고요. 바다 표현도 아주 자연스러워서 지금 봐도 위화감이 없었어요. 이런 것이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감독 : 앤드류 스탠튼
    러닝타임 : 1시간 40분
    Stream on Disney+

     

    파인딩 포레스터 (2000)

    얼마 전 동네에 농구장이 생겼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농구장을 이용하더라고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통, 통, 통. 이른 아침부터 농구장 조명이 꺼질 때까지 늘 공 튀기는 소리가 멈추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자말(로버트 브라운)도 농구를 좋아하는 소년입니다. 한시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죠. 농구만큼 그가 좋아하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노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몰래 쓰곤 해요. 한편, 자말이 사는 곳에는 '창문'이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자말은 친구들과 함께 '창문'의 집에 몰래 들어가요. 담력 테스트 같은 거였죠. 잠들어 있을 줄 알았던 '창문'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자말을 놀라게 하는 바람에 자말은 혼비백산해서 그곳에 가방을 떨어뜨리고 도망칩니다. 그렇게 둘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되죠.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소년의 뒷모습을 가장 아름답고 탁월하게 포착하는 감독 같아요. 창문 너머 미스터리한 남자는 숀 코네리가 연기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숀 코네리를 처음 봤어요. 그래서인지 제임스 본드보다 백발이 성성한 작가의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감독 : 구스 반 산트
    러닝타임 : 2시간 13분
    Stream on Watcha

     

    서칭 포 슈가맨 (2012) 

    예능 『슈가맨』 기억하시나요? 언젠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잊힌 노래를 시작으로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직접 무대에 등장하는 기획으로 굉장히 화제였습니다. 저는 추억의 노래랄 것이 특별히 없어서 이 예능을 즐겨 보지는 않았지만 예능의 제목만큼은 머리에 맴돌았어요. 지금 소개드릴 다큐멘터리 영화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슈가맨』은 이 영화에서 제목을 따 온 것 같아요.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언뜻 사막을 연상시키는 풍광에 기타 소리가 얹히고 "슈가맨, 어서 와줘. 이 풍경은 지겨워"라는 가사가 시작되자 저는 이 노래를 끝까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수의 목소리가 어딘지 쓸쓸하면서도 애달팠거든요. 차를 운전하는 한 남자가 말합니다. 이 노래는 70년대 남아공에서 무척 인기였는데 아무도 가수에 대해 모른다고. 유일하게 알려진 사실은 그가 무대에서 자살했다는 것, 그것도 아주 극적인 자살이었다는 것뿐이라고.

    영화는 그렇게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로드리게즈"가 어떻게 죽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 단서도 없이 그저 노래 가사 속 지명만을 손에 쥔 채 말이죠. 끝도 없이 막막한 여정에서 그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저는 슈가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한 흥분에 휩싸입니다. 그 기분을 구독자 님과 나누고 싶어요. 

    감독 : 말릭 벤젤룰
    러닝타임 : 1시간 26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그라운드시소 성수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테마를 두고 그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금요알람 15에서도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요, 지금 성수동에서 그의 사진을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도 있고 사진집도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어요. 그래서 굳이 전시장에 가야 하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커다랗게 인화된 사진을 정성스럽게 큐레이팅 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성수동에 갈 일이 있다면 전시장에도 들려 보셔요.

    저는 일찌감치 예매만 해두고 아직 전시는 보지 못했어요. 9월이 끝나기 전에 가보려 합니다. 어쩌면 우리, 이곳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네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금요알람 구독하기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