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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85. 네가 미처 몰랐던 그해 여름
    금요알람 2023. 6. 23. 09:00

    #애프터썬 #로스트 도터 #우리의 20세기

     

    다정한 구독자 $%name%$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이번 하지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일 년에 가장 해가 긴 날에 비라니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햇빛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뒤늦게 알게 되는 점들이 있는데 남에게는 오죽할까요. 이번 주는 여름날의 기억에 기대에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더듬어 볼까 합니다. 조금은 바래고 희뿌연 그들의 지난여름을 함께 회상해 보아요.


    애프터썬 (2022)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타인이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일지라도 진정 그 마음속 심연에 가 닿는 게 가능은 할 걸까요. 그건 어쩌면 서로 마주 볼 수는 있어도 결코 만날 수는 없는 두 평행선처럼 영영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요.

     

    어른이 된 소피(실리아 롤슨-홀)는 오래된 캠코더를 돌려 보며 20여 년 전 아빠(폴 메스칼)와 떠났던 튀르키예 여행을 떠올립니다. 캠코더 영상 속의 어린 소피(프랭키 코리오)는 아빠와 단 둘이 떠난 여름휴가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아름답게 반짝였던 여름 바캉스의 추억이 사실은 내가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어느덧 아버지의 나이가 된 소피는 노이즈 가득한 구식 캠코더를 돌려보며 깨닫게 되죠.

     

    영화는 어른 소피와 소녀 소피의 시점이 오가면서 진행되는데요, 어린 시절의 소피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부분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나타내는 소품으로 여러 음악이 쓰였는데 모두 제가 십 대 즈음에 듣던 음악이라 감독이 저와 비슷한 연배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1987년생인 샬롯 웰스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감독 : 샬롯 웰스
    러닝타임 : 1시간 42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 티빙

     

    로스트 도터 (2021) 

    첫 번째로 소개했던 영화에 이어 이번 영화도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우리에게 배우로 익숙한 매기 질렌할의 첫 번째 영화예요.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바탕으로 그녀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았습니다.

     

    대학 교수인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그리스의 어느 섬으로 혼자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한적한 해변에서 평화로이 힐링의 시간을 보낼 줄 알았건만, 떠들썩한 대가족의 출연으로 조금 마음이 언짢아집니다.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가족 구성원을 하나씩 관찰하다 그녀는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를 보며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립니다.

     

    영화 『애프터썬』의 젊은 아빠로 등장했던 폴 메스칼 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매력적인 남자 윌로 등장합니다. 젊은 시절의 레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의 연기와 지금의 레다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가 출렁이는 파도처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데요, 이 둘을 한 영화에서 마법처럼 조합시킨 메기 질렌할 감독의 솜씨를 보며 그녀의 다음 영화를 얼른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 : 매기 질렌할
    러닝타임 : 2시간 1분
    Stream on 티빙

     

    우리의 20세기 (2016)

    10대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도로시(아네트 베닝)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제 곧 어른이 될 아들과 멀어지지 않으면서 올바른 교육을 하고 싶은데 그것이 참으로 막막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고민 끝에 도로시는 함께 살고 있는 24살의 포토그래퍼 애비(그레타 거윅)와 아들 제이미의 친구 줄리(엘 패닝)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세 여자들의 인생 교육. 이렇게 다정한 인생 수업이라니, 영화를 보는 내내 제이미가 좀 부러웠어요.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을 길렀던 여성들에게 헌사의 마음을 담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도로시의 아들 제이미가 아마도 감독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의도보다 더 멀리 나아가 버린 애비와 줄리의 교육에 당황하는 도로시의 모습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입니다. 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과 그레타 거윅, 엘 패닝이 각자의 개성을 튀지 않게 뽐내고요, 지난주에 소개했던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에 출연했던 빌리 크루덥 배우도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습니다.

     

    감독 : 마이크 밀스
    러닝타임: 1시간 58분
    Watch on 넷플릭스

     


    덧붙이는 이야기

    빛이 사라지기 전에

    - 박혜미 그림책

    "한 줌의 빛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손가락 끝에서 햇빛 냄새가 난다"

     

    오늘 편지는 박혜미 작가의 그림책 『빛이 사라지기 전에』로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가로로 기다란 책의 모양. 그 책장 가득 파도가 펼쳐지고, 파도 모서리마다 반짝이는 햇살이 부서집니다. 그리고 그 위를 한 서퍼가 가로지릅니다.

     

    바다가 생각날 때마다, 여름이 가까워 오면, 곁에 두고 자꾸만 펼쳐보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이 책이 나왔는데 책장을 넘기며 여름 피서를 대신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렇게 책장에 바다를 살포시 저장해 두었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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