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금요알람 82. 그대 안의 블루
    금요알람 2023. 6. 2. 09:00

    #본 투 비 블루 #블루 재스민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주 보내셨나요. 저는 소소히 마음에 내상을 입는 일이 있었지만 주변 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조언으로 파스스 부서져가던 멘탈을 조심스레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벌써 6월입니다. 금요알람 시즌 5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차분한 마음으로 6월 첫 번째 뉴스레터를 시작해 봅니다. 이번 주는 파란색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을 모아 왔어요. 구독자 님은 파란색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바다? 시원함? 아니면 멜랑꼴리?


    본 투 비 블루 (2015)

    영어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소리 나는 그대로 개봉한 영화를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데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만약 내가 이 영화를 소개한다면 어떻게 제목을 번역했을까"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보았을 때도 그랬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후에도 적절한 한국어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영어 단어 "블루"가 담고 있는 우울함의 정서와 그렇게 태어났다는 말을 하나의 문장으로 매끄럽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였던 미국의 뮤지션 챗 베이커의 삶의 한 순간을 담았습니다. 연도라든가 인물들이 실제와 많이 다르기도 해서 쳇 베이커의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쳇 베이커를 연기한 에단 호크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애잔해서 그만 푹 빠져들어 보고 말았습니다. 


    영화에서도 마일스 데이비스가 자주 언급되는데요, 재미있게도 같은 해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삶을 다룬 영화 『마일스』가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두 뮤지션의 음악 모두 어느 하나를 고를 수 없을 만큼 멋지지만 영화만 놓고 보면 저는 『본 투 비 블루』에 훨씬 더 마음이 갔어요. 다른 분들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감독 : 로베르 뷔드로
    러닝타임 : 1시간 37분
    Stream on 넷플릭스, 티빙

     

    블루 재스민 (2013) 

    여기, 또 한 명. "블루"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재스민(케이트 블란쳇). 뉴욕에서 최상류 층의 삶을 살았던 그녀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빈털터리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동생 진저(샐리 호킨스)의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부자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지낼 곳도 마땅치 않아 동생에게 신세를 지는 마당에 일등석을 타고 온 언니가 어이없긴 하지만 샐리는 언니 재스민을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상반되는 이미지의 두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샐리 호킨스가 극과 극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영화는 더욱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케이트 블란챗은 허영심 가득하고 이기적인 재스민 캐릭터를 마치 살아있는 인물처럼 연기했고 이 연기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샐리 호킨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녀의 미소는 매번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맙니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이 영화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우디 앨런 감독이 지금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영화라고 하네요. 엘리아 카잔 감독의 동명 영화도 있는데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언젠가 보아야지 하고 미루고 왔는데 생각난 김에 찾아봐야겠어요.

    감독 : 우디 앨런
    러닝타임 : 1시간 38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3)

    파랑이라 하면 시원하거나 차갑다는 이미지가 자동으로 연상되잖아요. 그런데 파랑이 가장 "따뜻한" 색이라니, 이건 또 어떤 역설인가 싶었어요.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은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는 고등학생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문학 작품을 읽고, 거리 시위에 참여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우연히 거리에서 엠마(레아 세이두)를 스쳐 지나가죠. 그리고 엠마를 다시 만나 서로 사랑하고, 상처 주고 다시 사랑하고. 그러니까 이 영화는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녀들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기기도 할, 그러니까 아주 보편적인 러브 스토리.

    영화의 원작은 쥘리 마로의 만화 『파란색을 따뜻하다』인데요, 영화는 기본적인 설정만 가져오고 거의 다른 내용으로 각색되었다고 해요. 파랑과 빨강의 대비가 인물들의 내면 상태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점이나 아델의 엠마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지만 조금 과한 연출이다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구독자 님은 어떤 감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감독 : 압델라티프 케시시
    러닝타임: 3시간 
    Watch on 왓챠


    덧붙이는 이야기

    파랑의 역사 
    - 미셸 파스투로

    로마엣 파란색이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색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하늘도, 바다도 푸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했는데 로마인들이 야만인이라 여겼던 게르만족이 전투 때 얼굴에 파란색을 칠해서 "파란색 = 야만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미셸 파스투로의 책 『파랑의 역사』는 파란색과 관련된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파란색을 표현하기 위해 쓰인 염료들부터 청바지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파랑의 의미를 따라가는 여정이 흥미진진해요. 파란색을 좋아한다면, 옷장에 푸른 계열의 옷이 하나라도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