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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81.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키 키린
    금요알람 2023. 5. 26. 09:00

    #걸어도걸어도 #그렇게아버지가된다 #어느가족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모처럼의 연휴에 비 예보가 있습니다. 잠시 시무룩했다 그동안 보려고 쌓아둔 영화를 몰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신이 났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역시 집에서 파전이나 김치전을 부쳐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이 제격이 아니겠어요.

     

    이번 주는 세 번째 페르소나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키키 키린이에요. 2008년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시작으로 2018년 영화 『어느 가족』까지 모두 6편의 영화를 함께 했습니다. 2018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느 가족』이 둘이 함께한 마지막 작품이 되었어요. 


    걸어도 걸어도 (200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마치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걸어도 걸어도』는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로 시작됩니다.

    나이 든 엄마와 중년의 딸이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엄마 토시코(키키 키린)는 무를 다듬고, 콩을 삶고, 밥을 푸는 일련의 과정을 물 흐르듯 능숙히 해치면서도 딸 지나미(유)와의 대화도 놓치지 않습니다. 곧 집을 방문할 아들 료타(아베 히로시)의 결혼에 대해 걱정 반 험담 반을 딸과 나누면서 말이죠. 늙은 아버지 쿄헤이(하라다 요시오)는 바쁜 주방을 뒤로하고 동네 산책을 나가네요.

    료타는 어째 집으로 가는 길이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습니다. 자고 가려고 옷까지 다 준비해 왔건만 당일 돌아갈 교통편을 알아보네요. 그런 료타를 아내 유카리(나츠카와 유이)가 나무랍니다. 게임기를 가지고 돌던 아이가 료타를 료짱이라 부르는 걸로 보아 료타는 아이의 친아버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드디어 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고,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반가운 얼굴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누군가 그들을 찾아옵니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러닝타임: 1시간 54분
    Watch on 넷플릭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가끔 저희 어머니는 저를 놀릴 때 "병원에서 바뀐 것 아닌가"하는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얼굴이 작은 편인데 저는 얼굴이 크다거나 쌍꺼풀 없는 눈을 보면서 말이죠. 어릴 때는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가 없어 진짜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런 농담 같은 이야기가 정말로 일어났을 때 겪게 되는 두 가족의 혼란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부모는, 아버지는, 어머니는 그저 아이가 생기면 저절로 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 관계를 쌓는 것과 똑같은 방식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영화는 주로 아버지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키키 키린은 료타의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의 엄마 리코 역할로 등장합니다. 그녀가 출연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는데도 손자와 닌텐도 위를 하며 힘들어하는 연기나 딸을 다정하게 위로하는 모습이 진짜 손자와 딸,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또렷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러닝타임 : 2시간 1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어느 가족 (2018)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는 제법 많이 당황했습니다. 무척이나 화목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포스터를 보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가족이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거든요. 하지만 영화는 제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영화 줄거리에 대해 조금 더 쓸까 하다가 구독자 님의 즐거움을 빼앗는 꼴이 될까 여기까지만 써둡니다. 정말 아주 조금만 소개드리자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맞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조금 특별한 관계로 이어진 가족이죠. 그 가족의 가운데에는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이 있고요. 궁금하시죠? 어서 재생 버튼을 누르세요!

     

    영화 포스터 한가운데에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배우 릴리 프랭키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 참 꾸준히 출연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두 배우의 결이 좀 비슷한 것 같아요.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에서 마치 진짜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닮았습니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러닝타임 : 2시간 1분
    Stream on 왓챠, 넷플릭스


    덧붙이는 이야기

    키키 키린의 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키키 키린 배우의 인연은 『걸어도 걸어도』 부터 약 1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감독은 잡지 "스위치"를 통해 여섯 번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출판한 "키키 키린의 말"은 그 인터뷰의 모음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후기를 묶었습니다.

    책의 앞표지는 배우 키키 키린의 단독 사진이 뒷표지는 배우와 감독이 함께한 사진이 단정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마음산책에서 나오는 말 시리즈는 한권 한권 참 보석같아요. 끝으로 씨네21에 실린 책 소개 글을 함께 보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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