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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41. 조니 그린우드의 네오 클래식
    금요알람 2022. 3. 25. 08:00

    #데어 윌 비 블러드 #팬텀 스레드 #파워 오브 도그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시즌 금요알람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감독 특집을 발행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매달 마지막 주 영화 음악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합니다. 전 영화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음악이 기억에 남았던 영화는 사운드 트랙이 수록된 앨범만 따로 자주 듣곤 해요. 구독자 님은 어떠세요?


    첫 번째로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맡았던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로 더 친숙하죠. 라디오헤드의 음악과 다르게 그가 영화 사운드 트랙으로 선보이는 음악은 클래식 음악에 더 가깝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2007)

    14분 34초. 영화가 시작하고 첫 번째 대사가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긴 시간 말소리 대신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만드는 소음과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영화의 빈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는데요, 그동안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홀로 황무지 땅에서 금광을 찾아 헤매고 사람들을 모아 석유를 채굴합니다.

    영화는 다니엘이 맨몸에서 석유 시추 업자로 성공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립니다. 이렇게만 쓰면 영웅 서사의 성공기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시추 구멍에서 검은 석유가 흘러넘치듯, 뒤틀리고 엇갈린 욕망이 영화 내내 끈적하게 흘러넘칩니다. 석유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기름과 욕망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기분이 들어요. 

    전 영화 『마스터』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처음 접했는데요, 그 영화가 난해하게 느껴졌던 터라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볼지 말지 꽤나 망설였습니다. 러닝타임이 길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돋보이는데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폴 다노가 맞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합니다.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감독이 무척 신났을 것 같아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조니 그린우드의 두 번째 영화 음악 작업이자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때 작업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족족 조니 그린우드에게 음악을 부탁하더군요.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러닝타임 : 2시간 38분
    Stream on Watcha

     

    팬텀 스레드 (2017)

    "레이놀즈는 내 꿈을 이뤄줬어요.
    대신 난 그가 열망하는 걸 줬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알마(빅키 크리엡스)가 내뱉는 이 대사는 어쩌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레이놀즈(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무엇을 열망했던 걸까요? 

    레이놀즈는 드레스 디자이너입니다. 런던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의상실 "우드콕"을 누나 시릴과 운영하고 있죠. 그의 주요 고객은 왕실과 상류층입니다.

    우아함. 레이놀즈가 몸 단장을 하는 장면부터 레이놀즈의 의상실이 문을 여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떠오른 단어였어요. 소프트 페달을 밟은 듯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피아노 선율과 현악기가 만들어 내는 현악기의 화음이 그 시간 내내 흐르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아침을 시작하는 레이놀즈와 그의 의상실의 우아함을 극대화합니다. 서두름 없이 꼼꼼히 자신을 살피고, 양복을 차려입고 일터로 나가는 그를 보며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영화 『팬텀 스레드』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은퇴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에 올랐죠.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 폴 토마스 앤더슨과 오랜만에 함께 한 작품이라 더욱 기대가 높기도 했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저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리코티쉬 피자』가 더욱 기다려집니다. 물론 이번에도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맡았어요.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러닝타임 : 2시간 10분
    Stream on Netflix

     

    파워 오브 도그 (2021)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난 어머니가 행복하기만 바랐다."

    영화가 첫머리에 나왔던 이 내레이션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문장이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깨닫고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한참을 곱씹었더랍니다. 어딘지 신경질적으로 느껴지는 기타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했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피터(코디 스밋 맥피). 종이를 잘라 꽃을 만들기 좋아하고 어머니 로즈(커스틴 던스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일을 돕는 착한 소년이지요. 피터의 얼굴은 영화가 시작하고 제법 시간이 흘러서야 볼 수 있는데요, 감독이 내레이션 직후 카메라를 농장을 운영하는 두 형제에게 들이 대기 때문입니다. 퍼석퍼석한 모래바람과 소떼가 일으키는 먼지로 가득한 미국 서부, 정확히는 몬타나 주의 한 농장으로요. 농장의 주인은 필(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조지(제시 플레몬스) 형제. 척 보기에도 둘은 참 많이 달라 보입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함께 농장을 그럭저럭 잘 운영하고 있어요. 우연히 로즈의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영화 『브라이트 스타』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온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신작이 서부 영화라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여기서도 피아노를 옮기는 걸 보고 살짝 웃었습니다. 영화에서 부부로 출연한 커스틴 던스트와 제시 플레몬스는 실제로 부부 사이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했는데 우리나라에는 민음사에서 번역본을 선보였어요. 소설도 읽어보고 싶네요.

    감독 : 제인 캠피온
    러닝타임 : 2시간 8분
    Stream on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영화 『스펜서』 사운드 트랙

    지금 극장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가 상영 중입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왕실 가족과 함께 보낸 3일간의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중했다고 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다이애나 황세자비 역할을 맡아 캐릭터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이 자자합니다. 저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당장이라도 극장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구독자 님은 보셨나요?

    이 영화의 음악도 조니 그린우드가 맡았습니다. 유튜브 뮤직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전체 앨범을 들어볼 수 있어요. 위 영상에 사용된 음악의 제목은 "Spencer"입니다. 음악만 들어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소용돌이치는 내면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음악은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것 같아요. 캐릭터의 내면을 대신 표현하기도 하고 장면의 전체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잡아주고, 때로는 인상적인 멜로디로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콧노래를 부르게 만듭니다. 구독자 님이 좋아하는 영화 음악 작곡가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주세요. 좋은 건 함께 나누자고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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