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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20. 살아있는 시체들이 그대 방문을 두드릴 때
    금요알람 2021. 9. 10. 07:00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캐빈 인 더 우즈 #살아있는 시체들의 탄생

    상냥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이번 주는 금요알람 발행 역사상 처음으로 구독자 리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요청 키워드는, 바로 "좀비"!

    첫 리퀘스트라 좀 흥분했네요. 진정하겠습니다. 기껏 요청을 주셨는데 제가 여기서 "28일 후", "좀비랜드", "부산행" 같은 다들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영화를 주워섬기면 김이 빠지고 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조금 색다른 걸 준비했습니다. 분명 좀비가 나오지만 좀비 영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뭣한, 하지만 정말이지 좀비 영화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들. 함께 만나 보실까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2017)

    "액션!"

    한 여자가 도끼를 든 채 절규합니다. 좀비로 변해버린 연인이 그녀에게 다가오는군요. 죽어버린 연인을 차마 해치지 못해 그녀가 결국 좀비에게 먹히고 마는 순간, 컷 사인이 떨어집니다. 아, 이곳은 좀비 영화 촬영장이었습니다. 벌써 42번째 테이크라는데 감독은 촬영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배우를 몰아붙입니다. 그 얼굴은 진짜가 아니라면서요. 보다 못한 조감독이 휴식을 제안합니다. 화가 난 감독은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남은 사람들은 조감독이 취미로 배우는 중이라는 호신술에 대해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어봅니다. 그런데 그때, 촬영장에 진짜 좀비가 나타납니다!

    한동안 일본 영화가 좀... 그랬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실사화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죠. 성공적인 작품도 있었지만 만들지 않는 게 나았을 거라는 혹평을 받은 영화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남긴 "오랜만에 만난 일본 영화계의 쾌거"라는 감상평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이를 호기심에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했어요. 이제 구독자님도 그 반짝임을 즐길 시간입니다. 괜히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하지 마시고요, 지금 바로 재생 버튼을 누르세요. 플레이를 멈추면 안 돼요!

    감독 : 우에다 신이치로
    러닝타임 : 1시간 35분
    Stream on Netflix

    캐빈 인 더 우즈 (2011)

    "경찰은 물담배통을 든 운전자는 절대 잡지 않아."

    영화의 제목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우리말로 "숲 속 오두막 집" 또는 "산장" 정도로 번역되는 이곳은 양면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히 휴식하고 사색하는 장소이자 동시에 불청객이 찾아와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곤경에 처할 위험이 도사린 곳이지요. 같은 산장을 두고도 누군가는 사랑이 넘치는 로맨스 영화를, 또 다른 누군가는 피가 낭자하는 하드고어 슬래셔 무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속 산장은 어디에 속할까요? 남자 셋, 여자 둘. 대학생 다섯 명이 산장으로 여행을 떠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전 크리스 헴스워스가 출연해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는 한 배우가 좋아지면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훑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무작정 보아서 만족도가 더 높았어요. 그래서 저도 구독자님께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구독자님, 이것 하나만은 말씀드리죠. 당신이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크게 박수를 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감독 : 드류 고다르
    러닝타임 : 1시간 35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살아있는 시체들의 탄생 (2013)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깨달았죠. 이건 타임캡슐에 자리가 보장된 작품이라는 걸요."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1968)"은 우리가 생각하는 좀비 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직 독립영화라는 개념이 채 등장하기도 전, 피츠버그 출신 27살 청년 조지 로메로는 제작비에 쪼들리고 스태프와 제작자에게 좀비 분장을 시켜가며 이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좀비 영화의 아버지가 되었죠.

    "살아있는 시체들의 탄생"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제작과정을 회상하고 그 사회적 의미를 짚어보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흑백과 지금 보면 좀 조악해 보이는 분장 때문에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막상 손이 가지 않았다면 이 다큐멘터리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왓챠 영상 기준, 자막 인코딩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금 거칠게 보이긴 하는데 엄청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데뷔작을 회상하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눈웃음이 정말이지 매력적이었어요. 엔딩 크레디트가 끝나고 나면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좀비 역할을 맡았던 배우 빌 힌즈먼이 한 좀비 축제에서 좀비 분장을 하고 농담을 하며 행복하게 웃는데,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감독 : 롭 컨스
    러닝타임 : 1시간 16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라스트 오브 어스 OST -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2013)

    좀비물을 이야기하면서 이 게임을 빼놓으면 섭섭하죠. 바로 PS3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스테디셀러 게임, 노티 독(Naughty Dog)의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입니다. 이 게임의 음악을 아르헨티나 출신 뮤지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작업했는데요 본디 영화 음악 감독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바벨, 브로크백 마운틴 등이 있습니다. 비록 작년에 나온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이래저래 욕을 먹긴 했지만 적어도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작업한 음악만은 여전히 빛났다고 생각합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같은 제목으로 HBO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여전히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음악 작업을 했고요. 왕좌의 게임에서 오베론 역을 맡았던 페드로 파스갈이 조엘을 모르몬트 가문의 어리지만 당찬 영주 리안나 역을 맡았던 벨라 램지가 엘리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캐스팅과 음악만 보면 벌써 반은 성공한 것 같은데 드라마는 어떨지! 내년 여름 즈음에 방영이 계획되어 있다고 하네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라스트 오브 어스 메인 테마를 연주하는 라이브 영상을 함께 보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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