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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알람 45. 책과 함께
    금요알람 2022. 4. 22. 08:00

    #작은 아씨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리스본행 야간열차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내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정확히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인데요, 유네스코에서 1995년 책과 저작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제정했다고 합니다. 책을 사면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축제 날인 성 호르디 축일과 작가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서거일에서 유래했다네요.

    책의 날을 기념하며 이번 주 금요알람은 책을 쓰고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은 아씨들 (2019)

    그레타 거윅 감독이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의아했습니다. 소설 『작은 아씨들』은 이미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굳이 그런 작품을 다시 영화로 만들 필요가 선뜻 이해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레타 거윅의 전작 『레이디 버드』를 퍽 즐겁게 보았던 터라 그녀가 새롭게 만든 『작은 아씨들』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작품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어떤 파격적인 각색을 했을까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원작에 충실한 각색이었어요. 하지만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오지는 않았고, 현대적인 해석을 더했습니다. 배경은 1800년대이지만 영화 속 네 자매의 고민은 지금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랑과 꿈, 가정과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작은 아씨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가 한꺼번에 등장해서 보는 내내 더욱 즐거웠어요. 마치 가의 네 자매인 메그와 조, 에이미, 베스를 각각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이 연기했습니다.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것 같은 티모시 샬라메와 왜인지 이런 영화에 빠지면 섭섭한 메릴 스트립도 등장합니다.

    네 자매의 이야기가 고루 나오지만 조가 서사의 중심에 있습니다. 조는 언제나 글을 쓰고 자신의 글을 책으로 출판해 독립적인 삶을 일구려 노력하는데 그런 모습이 루이자 메이 올컷과 겹쳐 보여요. 그래서 원작과 다른 영화의 결말이 더욱 빛났던 것 같습니다.

    감독 : 그레타 거윅
    러닝타임 : 2시간 15분
    Stream on Watcha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예전부터 이 영화를 정말 소개하고 싶었는데 어떤 테마로 묶어야 할지 몰라 계속 리스트에만 넣어두고 있었어요. 드디어 이렇게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죠.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다비트 크로스)도 그랬습니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쫄딱 젖은 채 길에서 쓰러질 뻔 한 걸 한나(케이트 윈슬렛)가 도와주었죠. 마이클은 건강을 회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그녀의 집을 찾아가고 그렇게 사랑이 싹틉니다. 

    연인 한나는 마이클이 책을 읽어 주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린 연인을 꼬마라 부르며 그에게 책 속에 담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달라 늘 청했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집니다. 마이클이 그녀를 다시 만난 건 8년 후, 법대생의 신분으로 참관한 2차 대전 전범 재판장에서였어요. 그곳에서 마이클은 피고석에 앉아 있는 한나를 목격합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소설을 영상화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가졌습니다. 마이클 커닝햄의 『디 아워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앤디 멀리건의 『트래쉬』, 그리고 오늘 소개한 영화의 원작 소설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까지 네 개의 작품을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어요. 『디 아워스』는 예전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책이라는 테마에도 참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감독 : 스티븐 달드리
    러닝타임 : 2시간 4분
    Stream on Watcha

     

    리스본행 야간열차 (2013)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긴 시간 학생들에게 고전문학을 가르쳐왔습니다. 책이 가득한 집에서 홀로 앉아 체스를 두고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죠.

    폭우를 뚫고 학교로 가는 길, 그레고리우스는 우연히 붉은 코트를 입은 여자를 도와주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코트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려요. 코트 호주머니 속에 있던 책을 단서로 여자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책 속에 끼워져 있던 열차 티켓을 발견합니다. 열차의 최종 목적지는 포르투갈 리스본. 15분 후 출발 예정이네요. 무작정 도착한 기차역에서 어쩔 줄 몰라 방황하던 그는 충동적으로 열차에 올라탑니다. 그렇게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리스본으로 향합니다.

    영화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파스칼 메르시어는 철학 교수인 파스칼 비에리의 필명인데요, 철학 전공자가 쓴 소설답게 삶에 대한 사유가 가득한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영화도 그런 영향을 받은 탓인지 책의 문구가 내레이션으로 자주 등장해요. 흘러가버리는 텍스트를 보고 들으면서 영화도 좋지만 책으로 읽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은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극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메웁니다.

    우연히 발견한 아마데우 프라두의 책을 들고 리스본을 탐색하는 그레고리우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포르투갈에 몹시 가보고 싶어 집니다. 리스본에 가서 아름다운 도시도 보고 에그타르트도 먹고 싶네요.

    감독 : 빌 어거스트
    러닝타임 : 1시간 51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서울국제도서전과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행사를 아시나요? 그야말로 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모여 책을 매게로 두고 즐기는 축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출판사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독립 출판물들, 다른 나라의 출판사에서 만든 독특한 책들도 모두 만나볼 수 있어요. 책을 쓴 작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도 있고 다양한 심포지움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6월 1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고 하네요.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작년부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뽑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정된 10권의 책은 국제 책 디자인 공모전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출품됩니다. 2021년에는 엄유정 작가의 책 『Feuilles』가 최고상인 '골든 레터'를 수상하기도 했지요. 올해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책들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책과 영화와 함께 오늘도 주말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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