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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66. 큰 칼 휘두르며 창공을 가르고금요알람 2022. 11. 18. 09:00
#와호장룡 #영웅 #형사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얼마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왔어요. 배를 부여잡고 킥킥거리며 웃다가 어느새 눈물, 콧물을 줄줄흘리며 흐느끼고 마는 신기한 영화였습니다.
양자경 배우가 영화의 주인공 애블린을 연기했어요. 적을 무찌르기 위해 무협영화 주인공처럼 몸을 휘날리는 그녀의 액션 장면을 보면서 지금쯤 무협 영화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액션신만큼 미려한 미장센으로 영화를 가득 채운 무협 영화들로요.
와호장룡 (2000)
구독자 님은 무협영화를 즐겨 보시나요? 전 그다지 즐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무협영화에서 등장하는 와이어를 이용한 액션 장면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극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인공들이 하늘을 거의 날면서 무술을 펼치지만 그 모습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우아하며 정말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켰거든요. 유려한 액션 시퀀스에 배경으로 대나무 숲이나 폭포 같은 거대한 풍광이 펼쳐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잠시 멈추고 말았습니다.
때는 청나라 초기, 이름난 보검 '청명검'을 둘러싼 무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양자경 배우와 장쯔이 배우의 물 흐르는 듯 유연하고 강인한 무술, 주윤발 배우의 숨길 수 없는 고수의 아우라가 담긴 무술, 장첸 배우의 거침없는 무술, 그리고 이들이 서로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강호의 세계로 거침없이 빠져들어 봅니다.
감독 : 이안
러닝타임 : 2시간
Stream on Watcha & Netflix영웅 (2002)
이안 감독이 무협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함의 극치를 구현했다면 장예모 감독은 영화 『영웅』을 통해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색감으로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춘추전국시대, 대륙을 통일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는 진나라 왕 영정(진도명)과 그의 목숨을 노리는 전설적인 세 명의 자객 은모장천(견자단), 파검(양조위), 비설(장만옥). 그리고 이들 모두를 처단했다 주장하는 백부장 무명(이연걸). 영화는 무명이 세 자객의 무기를 들고 진왕을 알현하러 가서 그가 어떻게 이곳에 올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올 때, 이야기의 진행과 등장인물의 상태에 따라 화면의 색이 달라지는데 그 장면 장면이 무척 강렬해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잔상처럼 장면들이 눈에 남아있어요. 평소 무술 액션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는데요, 그들이 맞붙는 장면이 마치 한 편의 검무를 보는 듯합니다.
감독 : 장예모
러닝타임 : 1시간 49분
Stream on Watcha & Netflix형사 Duelist (2005)
아마도 조선의 어느 때, 안포교(안성기)와 남순(하지원) 가짜 돈을 유통하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 끝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자객(강동원). 남순은 그를 잡기 위해 끝없는 추격을 펼치고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둘은 서로에게 검을 겨눕니다. 각자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말이지요.
이명세 감독은 자신만의 영상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편화된 이미지를 엮어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전달하죠. 그 이미지 하나하나가 무척 정교하고 감각적이라 넋을 잃고 보게 됩니다. 영화가 영상의 예술이라면 굳이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의 영화는 가장 영화적인 언어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만의 독특한 연출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조각 조각나버린 이미지가 서사의 흐름을 방해하고 지나치게 시각적인 측면에만 집중한다고요. 하지만 저는 이명세 감독의 영상 언어를 무척 사랑합니다. 이 정도의 비주얼이라면 굳이 말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 같아요.
감독 : 이명세
러닝타임: 1시간 51분
Stream on Watcha
덧붙이는 이야기
붉고 푸른 영화 『영웅』 속 장면들
끝으로 영화 『영웅』의 몇 장면을 붙이며 이번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욱 또렷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요. 장면의 색과 이야기의 진행이 직설적으로 연결되어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 싶다가도 이 정도로 극한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또한 괜찮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모든 장면을 커다란 영화관 스크린에서 봤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요즘은 재개봉도 심심찮게 있으니까요, 『영웅』도 그렇게 영화관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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