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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14. 눈사람을 기다리며금요예찬 2021. 12. 7.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대학 기숙사는 사각형 모양으로 가운데에 중정이 있었다. 그곳은 기숙사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쉬이 볼 수 없는 비밀스러운 정원이었다. 4년 동안 동, 서, 남, 북향을 고루 오가며 그 기숙사에 살았는데 마지막 학기에 운 좋게 중정 쪽으로 창을 낸 방을 배정받았다. 방은 남향이라 해가 오래 들었고 창밖으로 중정이 내려다 보였다. 오후 세 시, 강의가 없으면 나는 기숙사 방에 앉아 라디오를 틀어 두고 이른 저녁노을 빛에 해바라기를 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루시드 폴의 목소리는 평화롭기 그지없었고 노랗게 물든 중정은 바깥보다 한 박자 느리게 시간이 흘렀다. 가을은 잠깐이라 금세 겨울이 왔다. 그날 룸메이트와 나는 이불속에 파묻혀 잔뜩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크게 걱정할 것도, 당장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