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알모도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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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3. 페드로의 붉은 주방금요예찬 2021. 9. 21. 12: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몇 년 전 이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집수리를 할 때였다. 전 주인은 거의 내 나이와 맞먹는 아파트에 입주 때부터 살았다고 했다. 아파트가 처음 지어질 당시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은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흔치 않았다. 다시 말해 집의 거의 모든 부분을 손보아야 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인테리어에 사치를 부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폴딩 도어와 헤링본 마루는 그 첫 자음을 발화함과 동시에 산화하여 공중으로 사라졌고 편리한 기능과 탄탄한 마감을 자랑으로 하는 실용적인 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런저런 타협 끝에 두꺼운 샘플북에서 벽지와 바닥 마감재를 속성으로 고른 후 마지막으로 주방과 현관, 욕실에 사용할 타일을 선택하기 위해 인테리어 사장님의 차를 타고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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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1. 알모도바르의 빨강금요알람 2021. 9. 17. 12:00
#귀향 #브로큰 임브레이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Querido/Querida Reader: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구독자님은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있나요? 저는 종종 그러곤 합니다. 어느 날 인테리어 소품을 골라 잔뜩 담아둔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죄다 빨강이더라고요. 그때서야 "아,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달았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감독도 그랬습니다. 강렬한 붉은색을 곁들여 파격적인 소재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감독의 솜씨에 푹 빠져서 하나, 둘 챙겨보다 보니 어느새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를 보고 말았어요. 구독자님도 추석 연휴 동안 알모도바르의 빨강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귀향 (2006) "하얗게 바랜 시간에 이마는 주름지고 머리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