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
-
금요예찬 11. 계산기 너머금요예찬 2021. 11. 16. 08: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화장대 아래에는 항상 주판이 있었다. 엄마는 가계부 사이에 주판을 끼워 화장대 밑에 보관하곤 하셨는데 나는 손을 뻗어 넣어 가계부 사이에 끼어 있는 주판을 끄집어 내서는 장난감 마냥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다. 주판을 기차놀이하듯 굴리거나 주판알을 튕기며 가계부를 쓰는 엄마 흉내를 냈는데 정작 그것이 계산을 할 때 쓰는 도구인지는 몰랐다. 장난감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장난감도 아닌 물건을 가지고 놀았던 건 그저 엄마를 따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어른들이 쓰는 물건은 모두 신기해 보이고 써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반들반들한 나무와 주판알을 한꺼번에 튕길 때 나는 차르륵하는 소리도 좋았다. 주판은 엄마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엄마가 옥수수처럼 가지런히 매달린 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