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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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찬 7. 삶은 감자를 먹는 일금요예찬 2021. 10. 19. 07:00
금요알람 구독하기 📬 *영화 『토리노의 말 (201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토리노의 말』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속수무책으로 혼란했다. 꽤 오래전 일인데도 그때 들었던 감정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생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늙은 남자가 거센 바람을 맞으며 마차를 몰고 가는 장면이 오랫동안 나온다 (이때 이 영화의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남자가 집에 도착하고 그의 아내인지 딸일지 모를 여자가 그를 맞아 함께 말을 마구간에 두고 집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남자가 외출복을 벗는 걸 돕는다. 남자의 몸이 성치 않아 거동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 하나 없이 그 장면이 길게 이어졌다. 별달리 사건이라고 할 것 없는 옷 갈아입는 장면을 그리도 집요하고 세세하게 묘사하다니. 이건 심상치 않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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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알람 25. 지루하고 아름다운금요알람 2021. 10. 15. 08:00
#토리노의 말 #영원과 하루 #솔라리스 다정한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주기적으로 넷플릭스나 왓챠의 스트리밍 서비스 종료 예정작을 찾아봅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영화를 얼른 챙겨 보려고요. 며칠 전에 그 리스트에서 한 영화 제목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가 디스토피아였으니까 이번엔 뭔가 가볍고 상큼한 걸 고르려 한 원래 계획은 잠시 미루었어요. 이번 주에 소개하는 영화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롱테이크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것도 한 테이크 안에 공간의 이동이 거의 없는 아주 아주 정적인 롱테이크지요. 주말 오후, 끝없이 이어지는 롱테이크를 보다 꾸벅꾸벅 졸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고백하자면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그 지루함을 살짝 비껴가면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아름다움..